증권사들 "엔화약세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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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락하고 있는 엔화가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엔화급락은 한국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원화가치 상승을 유도함으로써 주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권사들은 엔화가치의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17일 데일리를 통해 밝혔다.

엔화약세 보다는 미국경기의 회복여부가 한국증시에 더욱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지난 98년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엔.달러 환율
엔.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달러당 127.38엔으로 9월하순의 116엔보다 9%이상 올라갔다. 이는 지난 98년이후 최고치다. 일본 은행들의 여신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엔.달러 환율상승을 부추겼다.

당분간 엔화약세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정부의 구조조정정책 추진에 따른 경기침체를 완충시킬 정책수단으로 엔화약세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엔을 넘을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강보성 신한증권 연구원은 "무디스의 일본신용등급 하향조정과 일부 주요기업들의 파산설에 따른 금융권의 부실채권 문제 등이 나오고 있어 환율은 연말까지 130엔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엔환급락세가 지속되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통화가 연쇄적인 평가절하 압력을 받을 것이므로 130엔 이상에서는 속도조절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엔화약세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러나 엔화가치 하락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견해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표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과거 엔.달러 환율의 추이와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대체로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였으나 최근들어서는 엔.달러 환율의 상승만으로 주가하락을 예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도체의 경우 일본에서는 철수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여전히 산업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는 등 양국간 치열한 경쟁관계는 다소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경량 한화증권 연구원은 "일본경기의 침체로 엔화가치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으나 미국 무역적자, 세계경제의 위상약화 등을 감안하면 달러화도 강세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엔화약세 전망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엔화가치에 대한 원화가치 비율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과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신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엔화평가절하는 국내경제에 부담을 주지만 국내증시의 외국인 매수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증시에서는 엔화추세보다는 미국 경기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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