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 맛이야, 손맛 살아난 이승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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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이승엽이 14일 대만 도류구장에서 열린 훈련 때 힘찬 스윙을 하고 있다. 어깨 부상에서 회복한 그는 최고의 컨디션이다. 선명하게 드러난 팔뚝 근육에서 이승엽의 파워가 느껴진다. [도류(대만)=김민규 기자]

이승엽(37·삼성)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힘들어 보이다가도 후배들과 어울려 놀 때는 시원한 웃음을 연방 터뜨렸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이승엽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내내 괴롭혔던 왼 어깨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됐다. 그는 “(일본에 진출했던) 2004년 이후 지금 몸 상태가 가장 좋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회 시작(3월 2일 네덜란드전)까지 2주나 남았지만 15일 이승엽은 훈련지인 대만 도류구장에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류중일(50)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정말 좋아졌다”며 흐뭇해했다. 김한수(42) 대표팀 타격코치도 “페이스가 무척 빠르다. WBC에서 무리 없는 타격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승엽은 지난해 어깨 통증 때문에 제 스윙을 하지 못했다. 그는 “타격할 때 팔을 쭉 뻗지 못할 정도였다. (통증 때문에) 어정쩡한 타격 자세로 훈련했고, 그게 실전으로 이어져 악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는 지난해 타율 0.307·21홈런·85타점을 기록했고 5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겨우내 휴식을 취하고 재활훈련을 했다. 이제 이승엽은 어깨를 쫙 폈다. 2006년 WBC 홈런왕(5개)에 올랐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연타석 홈런(준결승전·결승전)을 터뜨렸던 위용을 다시 기대해도 좋다. 이승엽은 “역대 대표팀 가운데 이번 훈련량이 가장 많다. 류 감독님이 근질근질하시는 것 같다”면서 “타격감을 조금씩 올리고 있다. 후배들 기량이 많이 좋아져 나도 배우고 있다”며 웃었다. 표정과 동작에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대표팀에 내려진 부상 경계령=이날 훈련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3루에서 수비 훈련을 하던 최정(26·SK)이 “악” 하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불규칙하게 튀어오른 타구에 눈 주위를 맞은 것이었다. 눈을 감싸쥔 최정의 왼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렀다. 오세훈 대표팀 트레이너가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최정의 상태를 점검했고, 놀란 류 감독도 한걸음에 달려왔다. 눈 위가 1~1.5㎝ 정도 찢어져 인근 윤린국립대학병원으로 후송돼 7바늘을 꿰맸다. 최정은 “액땜했다고 생각한다. 조금 쉬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호도 작은 부상을 겪었다. 오전 주루 훈련을 하다 발목을 접질렸다. 매니저의 부축을 받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그는 물리치료를 받은 뒤 오후에야 나타났다. 주포의 부상을 염려했던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대호는 “괜찮다. 타격을 해보니 큰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국제대회에서 부상은 가장 큰 적이다. 대회 기간엔 엔트리를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선수의 부상은 곧 전력 약화를 의미한다. 류 감독은 “이대호와 최정 모두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최종 엔트리 제출을 최대한 늦게 하겠다”고 밝혔다. 제출 마감일인 20일까지 훈련 상황을 지켜본 후 부상자가 생기면 교체하겠다는 뜻이다. 최종 엔트리 제출 후 부상 선수가 발생하면 예비 명단 내에서 다음 라운드 때 교체가 가능하다.

글=유병민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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