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지원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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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넘게 쪽방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로부터 지원이라고 받은 것이라고는 농협상품권 딱 두장이 전부인데... 이게 지원입니까? '자활'하라는 겁니까? 없는 사람 약 올리면서 '자폭'하라는 겁니까 뭡니까?"

서울 중구 쪽방촌에서 만난 한 쪽방거주자의 하소연이다. 그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원은 무슨 지원이냐'며 정부 지원에 헛점이 있는 것 아니냐며 못내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달 중순, 쪽방사람들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의 한 쪽방상담센터를 찾은 취재진은 약 1시간동안 세명의 쪽방사람들이 상담소를 찾아 먹을 것과 의복을 달라며 소란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들의 주장은 단순했다. "당장 추운데 옷을 왜 안주느냐" "어떤 사람은 주고 어떤 사람은 안주느냐"는 것이 소란을 피운 이유의 전부였다.

정부기관을 취재하면서 식량과 의복 등이 지급되고 있다는 대답을 수 차례 들었으나 쪽방사람들 가운데는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부는 화장실과 세면시설의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를 알고 있는 쪽방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다.

이 달 초순, 서울시 중구와 용산구에서 우연히 마주친 쪽방사람들은 이상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자신들을 위해 책정된 예산이 구청과 쪽방센터를 거치면서 줄어들거나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이야기에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비록 자투리 예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쪽방 예산지만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올들어 쪽방사람들에 대한 예산 책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예산이 어디론가 세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이런 소문을 정부는 알고 있을까. 정부 예산이 쪽방사람들에게 100% 전달되지는 않고 있다는 소문을 알고 있는냐는 질문에 보건복지부 복지지원과의 한 관계자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며 일축하면서도 "그러나 지난 1년 동안은 쪽방지원사업을 시작한 첫해였으므로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지 못했고 앞으로는 세심히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사진=지난 10일, 한 노숙자 인권단체가 펴놓은 현수막과 그 주위에 앉아 있는 노숙인과 쪽방사람의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지원금 상당 부분, 직원 급여로 사용돼

올해 서울시는 쪽방거주자를 위해 총 3억 2천 2백만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서울시내 4개 쪽방상단센터를 통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 예산은 종로구, 중구, 용산구, 영등포구 등 4개 쪽방밀집지역에 상담센터를 설치 운영하면서 쪽방사람들의 애로사항 상담, 진로안내, 취업알선, 생활정보 제공, 푸드뱅크를 통한 음식물 지원 등에 사용됐고 이는 쪽방거주자 지원의 구심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 서울시측의 설명이다. 더불어 서울시는 이 예산이면 쪽방상담센터 운영에 충분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밝힌 바에 따르면 각 쪽방상담센터는 연평균 8천 51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8천여만원의 예산에 대해 쪽방상담센터측의 생각은 서울시의 그것과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서울시 중구 쪽방상담센터의 한 관계는 "직원 4명의 월 평균 급여가 105만원에 불과하지만 급여만해도 연간 5천여만원이 소요된다"고 말하고 "나머지 부족분은 자비, 개인 독지가와 기업지원 등을 받아 유지하는 실정"이라고 밝혀 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지원금 3천여만원으로는 쪽방사람들을 위한 지원이 불가능함을 시사했다.

종로구 쪽방상담센터의 한 관계자도 "급여를 제외하고 (쪽방거주자) 15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밑반찬을 지원했는데 여기에만 약 2,500만원에서 3천만원이 소요됐다"면서 "8천만원이 충분하다면 일을 하지말라는 거나 다름없다"며 서울시의 충분하다는 지적에 일침을 가했다.

특히 쪽방상담센터는 수시로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곳인 만큼 가욋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상담센터측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쪽방거주자 지원예산을 7억원으로 늘려잡는 등 지원을 다소나마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쪽방사람들은 "그때 가봐야 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늘린 예산이 자신들의 손에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란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Joins 사이버리포트 테마취재팀 <bluejim@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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