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자전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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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달을 마음 죄다 겨우 삼천원짜리 헌 자전거 한 대를 샀다. 어쩌면 그렇게 마음에 맞는게 없을까. 따지면 없는 게 아니라 나의 호주머니사정과 타협이 잘 되지 않는 것이지만…. 말단 면서기로 제일 불편을 느끼는 것은 출장이다. 한달을 두고 출장이 없는 날은 불과 2, 3일. 요즈음은 일요일도 없이 연일 출장이고 보니 자전거 한대가 꿈의 화신이다.
『뭐를 그렇게 꼼꼼스럽게 남자가 싫으면 싫고 깎으려면 깎자고할 것이지』선뜻 결정지을 수 없어 승강이를 하는 나를 보시던 엄마는 왜 그렇게 망설이고만 있느냐고 짱이시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 올랐다. 언제부터 그렇게 꼼꼼한 성격으로 변했을까.
『누구때문인지 아세요. 엄마가 돈걱정만 안해 보세요. 나도 시원스러운 흥정을 몰라서가 아니에요.』
목구멍까지 나오는 말을 꾹 참고 그저 헌 자전거를 만지고 또 만졌다.<안해주·19세·공무원·경남함안군가야면 말산리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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