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의 수학자’ 만나 넋 나간 청야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AP]

통렬한 스타트(Blistering start)였다.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 리디아 고(16·뉴질랜드 교포·한국명 고보경)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청야니(24·대만)를 첫 판에 녹다운시켰다. 10언더파를 몰아친 10대의 사나운 돌진에 세계 골프팬들도 흥분했다. 강펀치를 맞은 청야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청야니는 “그가 만15세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프로인 내 앞에서 그는 이미 프로였다”고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이 열리고 있는 호주의 수도 캔버라가 리디아 고의 폭풍 샷에 들썩이고 있다. 14일(한국시간) 로열 캔버라 골프클럽(파73)에서 열린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총상금 120만 달러). 첫날부터 세계 프로 1위와 아마 1위의 조 편성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LPGA 투어 개막전의 흥행 카드는 대박을 쳤다. 리디아 고는 이날 ‘이글 1개-버디 11개-보기 3개’로 10언더파를 쳐 청야니(5언더파·공동8위)를 5타 차로 꺾고 단독선두에 나섰다. 함께 플레이를 한 자신의 ‘롤 모델’ 미셸 위(24·1오버파·공동 99위)에게는 무려 11타나 앞섰다. 리디아 고의 10언더파 63타는 토너먼트 경기에서 작성한 생애 베스트다.

 세계 남녀 프로 대회(14세9개월5일), LPGA 투어(15세4개월2일),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15세9개월17일)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리디아 고는 지난주 뉴질랜드 여자 오픈에 이어 2주 연속 프로 무대 우승을 노리게 됐다. 리디아 고는 “두 거물급 선수와의 라운드는 나를 흥분시켰다. 청야니는 자체만으로도 압박감이 느껴졌다.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첫 홀(10번 홀)에서 보기를 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4홀(11~14번) 연속 버디에 이어 15번 홀(파5)에서 서드 샷(82야드) 이글을 낚아내며 5홀에서 무려 6타를 줄였다.

 수학 A학점의 두뇌가 그를 완벽한 지배자로 만들었다. 고교생인 리디아 고는 수학과 물리를 좋아한다. 그의 삼촌 고재민(49·전 중부대 골프지도학과 교수)씨는 “리디아는 오늘 수학문제 풀듯이 18개 홀을 풀었다. 반면 청야니와 미셸 위는 경쟁을 하려고 했을 거다”라고 평가했다. 고씨에 따르면 리디아는 어리지만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계산을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골프를 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퍼팅을 하기 전에 많게는 10가지(그린 빠르기와 브레이크, 경사, 잔디 결, 퍼트가 짧았을 때, 길었을 때, 성공했을 때, 실패했을 때의 방어 전략, 다음 홀의 티샷 등) 정도의 상황을 미리 계산하는 것이다. 고씨는 “리디아는 굉장히 계산이 빠른 아이다. 그가 수학을 좋아하는 건 풀면 풀수록 재미있기 때문이다. 리디아는 골프를 수학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까지 슬럼프가 없다”고 말했다. 리디아의 이날 드라이브 샷의 평균 거리는 244.5야드로 청야니(258.5야드)보다 14야드나 짧았다. 하지만 ‘그린의 수학자’는 그린적중률 77%, 퍼트수 21개의 정교한 플레이로 경쟁자를 압도했다.

 청야니는 경기를 마친 뒤 트위터에 “리디아 고는 오늘 12~13언더파도 칠 수 있었다”며 “미셸 위와 나는 ‘꿈의 스코어(59타)’가 작성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는 줄 알았다”고 글을 남겼다. 마리아 호세 우리베(23·콜롬비아)와 신지애(25·미래에셋)가 9언더파와 8언더파로 2, 3위에 올랐다.

 J골프가 15일 대회 2라운드는 오후 1시부터, 16일 3라운드는 낮 12시, 17일 최종 4라운드는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최창호·이지연 기자

◆ 리디아 고는 …

▶한국명 : 고보경 -신장 : 1m65㎝

▶생년월일 : 1997년 4월 24일(서울 출생)

▶가족 관계 : 2녀 중 막내. 6세 때 뉴질랜드로 이민.

▶주요 경력 :

-세계 여자 아마추어 골프 랭킹 1위.

-뉴질랜드 국가대표.

-2012 호주여자프로골프 뉴사우스웨일스 여자오픈 우승(세계 남녀 프로 골프 대회 최연소 우승: 14세9개월5일).

-2012 US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

- 2012 LPGA 투어 CN 캐나디안 여자오픈 우승( 역대 최연소 우승: 15세4개월2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