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이닉스 제휴' 발언에 '노코멘트'

중앙일보

입력

삼성전자는 신국환 하이닉스 구조조정특별위원장이 13일 모 방송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간 제휴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언급한데대해 공식대응을 일체 삼가고 있다.

`발언'만 있을 뿐 `제의'가 온 것이 아니고 설령 제의가 있더라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대체적 분위기다. 특히 하이닉스 문제에 관한한 일절 발을담그지 않겠다는 삼성전자의 입장이 워낙 견고한 터라 그다지 비중을 둘만한 발언으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주변의 시각도 높다.

신국환 위원장도 이날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하이닉스의 생존을 위해 꼭문호를 닫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취지에서 말한 것일 뿐"이라며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고 다소 `톤'을 낮췄다. 하이닉스 안팎에서도 `일반론' 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간 하이닉스의 생존해법을 삼성전자쪽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냥 흘려버리기는 어려운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 위원장은 산업자원부 장관 재직당시 삼성전자가 하이닉스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안을 제안했던 장본인이어서 뭔가 `알맹이'를갖춘 발언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과 업계 일각에서도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난항에 부딪힌다면 독자생존 방안의 일환으로 `결국 갈 곳이 삼성전자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줄곧 나왔던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내주초 성안될 예정인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방안에 삼성전자와의 모종의 제휴카드가 포함되는게 아니냐는 관망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 위원장의 이번 발언이 마이크론과의 협상진행 과정을 염두에 두고 다소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양사가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 규정에 따라 함구령인 `Quiet period'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이상, 양측 협상팀의 최고결정권자들은 발언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업계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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