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불평과…|서울 도로 확장 취소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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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시가 시내 2백55개소의 가로망 16만 8천여평을 도시계획에서 풀어 준다고 밝힌 지 하루가 지난 14일 계획선에 가까운 복덕방은 문전성시였다. 복덕방에 반가운 고객이 아닌 『우리 집이 반쯤 헐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정말 해제된 겁니까?』이렇게 물어 오는 궁금증이 못다 풀린 계획 서안의 주민들.
○…서울 통의 동의 어느 복덕방은 이날 아침부터 20여명의 손님을 치렀다. 하오 4시 체부동 36에 집을 가진 40대의 가정주부가 복덕방 주인 박(65)노인에게 궁금증을 털어놨다. 『체부동 26에서 내자동 33에 이르는 통로는 소방 통로에 해당되었는데 해제되었군』-박노인의 이 말에 그 주부는 『어휴, 살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몰아내면서 싱글벙글.
똑같은 입장의 복만난(?)주민들이 『그 집도 대지33평 중 3분의 1이 계획선에 들어 평당 3만원도 빼낼 수 없었는데 이젠 6만원을 주어도 팔지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렸다.
○…반면 서울 필동 3가 17의1에서 30에 이르는 지역 주민들은 신문을 보고 복덕방에 알아보아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대한 극장 동쪽에서 필동3가까지」란 발표가 명확치 못해 반장인 최종일(38·필동3가17의6)씨 집에 모여 온종일 이론이 분분. 이 지역은 왜 정때 남산을 뚫어 용산과 퇴계로를 잇는 간선 도로 계획 지점이었으나 이 계획이 재작년에 이미 해제, 남산 밑까지 2백20「미터」만 간선 도로 계획 구역에 들어 있었던 것.
반장 최씨가 『해제된 것임이 틀림없다』고 선언(?)하자 모두 『와』함성을 지르면서 이사하려고 했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하나 바로 옆인 필동 48번지부터 60번지 일대는 해제 안될 까닭이 없는데도 해제가 안됐다고 불평과 의아가 교차.
○…『정말 오랫동안 골탕먹었다』고 회고하면서 『평당 15만원을 홋가하는 땅을 8만원에 매각하려 해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가슴을 쓰다듬었다.
○…계획선에서 벗어난 주민들의 기쁨 뒤엔 피해를 입게 된 주민도 있는 듯. 체부동 145에 사는 모씨는 소방 통로가 난다기에 안심했는데 이젠 집을 옮기는 수밖에 없다고 울상…. 이유인즉 소방차가 들어올 곳이 없어 이 주택 밀집 지대엔 불이 나면 꼼짝없이 타 죽게 되었다는 것.
또 회현동 1가에서 남산 밑까지의 해제 구역엔 「유엔·센터」니 경동「호텔」등이 있어 차의 통행량이 많아 폭8「미터」의 도로론 교통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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