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내부의 인간관계 개선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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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 육군참모총장은 내 9월부터 육군 본부 내에 「인간관계개선연구위」를 설치 운영할 방침을 밝히고 이에 필요한 편성과 예산상의 조치를 취할 것을 예하에 시달하였다고 한다. 60만 장병을 옹하는 군대 사회는 비록 명령과 복종 관계를 주축으로 삼는 특수한 사회집단이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그 안에서 작용하는 인간관계의 진폭은 군 자체의 지휘통솔면과 일반 사회의 안녕질서유지면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쳐 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군대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최대의 조직적 사회집단이며, 더군다나 무기를 휴대한 일종의 권력 집단일 뿐더러 그 구성원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회계층을 망라한 출신 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 개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은 막강한 전투력의 배양이라는 군 본래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후방 국민의 물리적·정신적 안정을 위해서도 실로 심대한 영향을 끼칠 소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육군 당국이 이와 같은 군 내부의 인간관계 개선을 위한 연구위를 설치하고, 장군과 장교, 군속·사병은 물론 사회학·심리학·신 의학의 전문가까지를 포함한 상설 기구를 두기로 한 것은 그만큼 우리 군대가 이제 민주적인 발전과 안정을 유념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증거거나 또는 그만큼 군대 사회 내의 인간관계가 복잡한 문제 거리를 노출시키고 있다는 증거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경우 중 그 어떤 것이 보다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든 간에 우리는 육군 당국에 의해서 계획된 이번과 같은 시도를 크게 환영하고, 그 성공적인 운영을 주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때마침 전국 각지에서는 김해 사건을 비롯하여 일부 군인들에 의한 불미스러운 폭력 사건의 적출이 보도되고 있거니와 우리는 이와 같은 사태가 근원적으로는 군 내부에 있어서의 만족스럽지 못한 인간관계에 기인되고 있다고 믿는 까닭에 육군 당국의 이번 조치는 더욱 시의에 적합한 것임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육군 당국이 밝힌 최근의 통계는 우리의 이와 같은 소신을 뒷받침해 주고도 남음이 있다. 즉 작년 8월 현재 도망병으로 수감 중인 장병중 처우와 지휘 방법에 대한 불평 또는 가정후고로 인한 불만 등을 이유로 내세운 자는 전제의 86.9%의 고율을 시현하고 있는데 만일 부대 내에 이와 같은 인간관계의 개선을 지도·협의해 줄 수 있는 기구가 있었던들 사정은 훨씬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더우기 종래 우리나라 군대 내에 있어서의 이와 같은 불만의 대부분은 특히 군대 내부에 있어서의 공정을 실한 인사 등에도 그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우리는 앞으로 발족할 육군의 인간관계 개선 위원회가 이와 같은 모든 요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평가를 내림으로써 비단 육군 내부 뿐 만 아니라 해·공군 및 해병대까지를 포함한 국군 전반의 인사 개선 및 사기 앙양에 큰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을 기대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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