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상의 생명 판화읽기] 겨울나무

중앙일보

입력

모든 것 다 버리고 난 겨울 나무는 아름답습니다.
그대가 한 눈 팔고 있는 사이 생의 끈적한 수분 토해 버렸지만
그 모습 오히려 당당합니다.

젊은 날 연홍의 꽃잎과 푸른 이파리를 추억하고 있는지요.
자신의 찬란함을 뽐내며 잔가지마다 빛을 이루고 살았었는지요.
이제 야윈 그대,아직 아쉬움이 남아 저 달을 열매 맺은 것인가요.

끝끝내 버리지 못할 기다림이 있는 것일까요?

이젠 다 알 것 같습니다.
다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넉넉해진다는 것을…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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