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양장점 주인에서 대학 이사장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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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도록 정성을 다하자고 다짐하면서 살아왔을 뿐인데…"

12일 대한무궁화회에서 '장한 무궁화 어머님상'을 받은 이화성(李花城.62)㈜청전 IF.U 대표는 "남편과 자식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장한 무궁화 어머님상은 가정을 모범적으로 이끌고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1990년부터 줘 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부인 이희호(94년)여사, 고(故) 이승만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98년)씨도 이 상을 받았다.

李씨는 양장점 주인으로 출발해 호남대와 가든백화점을 일궈낸 입지전적인 인물. 그는 4~5세 때부터 손재주가 유별났다. 직접 그린 옷 본을 오려서 인형의 옷을 만들며 자랐으며 열아홉살 때 상경, 명동의 한 의상실에서 3년간 일을 배웠다.

李씨는 60년 당시 공무원이던 남편과 결혼한 직후 광주시 충장로3가에 10여평 규모의 양장점 '미모사'를 냈다. 그가 70년대에 만든 개량한복 '아리랑 드레스'는 전국에 유행했다. 국내 섬유업체들이 앞다퉈 선전용 카탈로그 작품을 부탁해왔고 서울 유력인사 부인들과 연예인들의 주문이 줄을 이었다. 미모사는 서울 성옥패션.대구 오스카와 함께 국내 3대 양장점으로 자리를 굳혔다.

"아이 넷을 키웠는데 출산 한시간 전까지 원단을 만졌어요. 아이 낳고 4~5일 후 가위를 손에 들었지요."

그는 "아이들 생일을 챙겨주는 것은 고사하고 늘 아이들 잠든 얼굴만 보아야 했다"고 회고했다.

李씨는 75년 성인학원(호남대)을 세워 이사장이 됐으며 교수를 채용할 때 지연.학연을 철저히 배제, 좋은 평가를 받았다. 85년 학교 운영을 남편 박기인(朴基仁.67)씨에게 맡기고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미모사가 있던 자리에 ㈜청전 가든백화점을 냈다. 이 백화점은 한때 연매출 1천5백억원을 자랑했으나 98년 부도를 내고 화의 중이다.

그는 큰 아들(상학.38).딸(경희.37).둘째 아들(상건.35).셋째 아들(상철.34)에게서 일곱명의 손주를 보았다. 아들들은 국내.외 유명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어머니 일을 돕거나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딸은 패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미국에 유학갔다. 상철씨는 "어머님은 자식들의 의사를 존중해 평범한 며느리들을 맞았다"며 "어머님이 고생하시는 것을 보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회사를 어려움에 처하게 했다는 자책감으로 한동안 수상을 거절했다는 李씨는 "더욱 분발하라는 격려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chunc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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