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발급 규제안 '속빈강정']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인한 폐해를막기 위해 신용카드 발급기준 강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규제완화 등을 이유로 `알맹이'를 다 빼버려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최근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 발급시 법정대리인의 동의 의무화 ▲신용카드사에 대한 카드발급 신청인의 소득증빙 구비 의무 부과 등을 골자로한 `여신전문 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마련,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했다.

카드회사가 신청인 신분이나 발급의사 확인없이 무분별하게 카드발급을 남발,카드 부정사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빈발하고 금융기관 부실화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잇따라 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 99년의 경우 신용카드 사고발생 건수는 2만8천976건, 피해금액은 245억원이었고 2000년에는 12만6천513건, 423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카드관련 신용불량자가 올 7월말 현재 96만명으로 전체 신용불량자의 40%를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미성년자 신용불량자도 약 6천명이나 됐다.

그러나 심의에 나선 규개위는 신용카드사의 소득증빙 구비 의무 규정에 대해서는 실제적인 규제 피해자가 일반국민이 될 수 있다며 금감위에 철회를 요청했다.

신용카드사에 대해 카드발급 신청인의 소득증빙 구비의무를 부과할 경우 실제로는 카드발급신청자가 근로자소득원천징수영수증, 예금확인서 등 관련 증빙을 갖추기위한 규제준수비용(수수료, 교통비, 시간소모)을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 동의의무 규정 신설은 금감위가 삭제키로 결정, 백지화됐다.

규개위는 지난 5일 경제분과위 회의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발급시 법정대리인의 동의 의무 필요성을 인정했으나 금감위가 지난 7일 간담회에서 돌연 이 조항을`지나친 규제'라며 삭제, 없던 일로 해버린 것이다.

이에대해 소비자단체들은 "신용카드 발급기준 강화의 알맹이는 모두 뺀 채 신용카드사에 대해 본인의 카드발급 의사와 소득이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만으로 어느 정도 카드발급 남발을 막을 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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