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평화회의에의 참석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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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지금 동남아국가연합이 그 개최를 제의한 「아시아」 17개국 월남평화회의에의 참석여부 문제를 놓고 예의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부태도를 요약해보면 대체로 부정적인 듯하나 오는 9월 20일에 개막될 제21차 「유엔」총회에서의 한국문제토의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면 정면반대도 명분상으로 어려운 입장인 것 같다. 또 다른 한편에서 정부는 이 아주 17개국 월남평화회의가 이미 한국이 제의한 바 있는 월남참전5대국 회의 연내 개최문제와 어떤 관련성을 가질 것이냐 하는 것도 신중하게 검토하면서 이 참전국 회의를 적극 추진할 태도도 보이고 있다.
물론 우리는 동남아국가연합이 제의한 것이긴 하나 실질적으로는 「코만」 태국 외상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월남평화회의가 첫째, 공화국 그것도 중공·북괴·월맹 등을 망라하였을 뿐만 아니라 비동맹국가들도 포함시킨 불투명한 성격이라는 점과 둘째, 결코 「아시아」인만의 문제일 수가 없는 월남문제를 「아시아」인들만이 모여 논의하고 해결하자는 것이 처음부터 상당한 무리를 뒤따르게 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그 개최전망도 전망이려니와 설사 그것이 개최된다해도 별 실효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또 제21차 「유엔」총회 개막 전에 열려야 한다는 촉박한 시간적 제한과 먼저 월남휴전문제부터 의논하자는 의향을 담고 있어서 초점이 빗나가고 있는 이 회의가 대단히 비현실적인 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표시하고 있는 부정적 태도가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곤 보질 않는다. 그러나 이미 중공·월맹 등이 공식적으로 참석을 거부한 이 회의에 굳이 우리 정부가 정면에서 부정적인 행동을 취할 까닭은 없다고 본다. 따지고 보면 자유 「아시아」의 단합과 전진을 기약했었다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각료회의의 막이 내려진지 불과 얼마 안 되는 오늘에, 바로 그 회의에 참여했던 나라들에 의해 평화회의 개최가 제창되고 북괴까지 감히 1석을 차지하도록 초청됐다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동시에 이런 외곽의 움직임을 통찰하지 못했거나 사전에 조정하지 못한 우리 외교의 감각적 미숙 내지 준비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는 스스로 독립을 자초하고 이른바 자유 「아시아」 국가군과의 연대를 해치 않기 위해 변화하는 외곽사정에 신축성 있는 대응의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할 줄 안다. 그래서 우리는 전술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구태여 성급하게 평화회의 거부 같은 결정을 정부가 내리지 않기를 요망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뜻대로 한다면 이 평화회의보다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참전국회의 개최문제가 월등히 현실적인 것이며 또한 월남문제의 해결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더라도 반드시 그 결정과정에 참여하여야하는 우리의 국가적 입장을 보다 많이 반영시킬 문제인 것으로 믿고 그의 적극 추진을 성원하려 한다.
그러나 정부는 비록 우리의 입장에서 태동된 것은 아니라 기왕에 우호국들에 의해 제의된 월남평화회의에도 각별히 관심을 표명해두는 것이 옳다고 보아 여기 정부의 침착성 있는 대응이 있기를 촉구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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