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사건과 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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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7일 밤 해병학교 기초반 교육중의 장교들과 김해 비행 학교 소속 장교들간에 집단난투가 벌어져 수많은 병력이 동원되고 1명 사망, 39명이 중경상을 입은 일대 불상사가 생겨났다. 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국방부 합동 수사반이 조직되어 활동 중에 있는데 이미 30여명의 장교가 입건되었다. 그리고 쌍방의 감정을 너그럽게 하고 우의를 되찾게 하기 위해 싸운 양교가 자매 결연을 하게 되리라고 한다. 이로써 이 사건은 일단락을 짓고 이제 남은 것은 주모자를 색출하여 의법 처리하는 일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국군 장교들 사이에 벌어진 편싸움으로서 그 규모에 있어서 전례 없이 크고 흡사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국군이 다시는 이런 불상사를 자아내지 않기를 원하면서 군의 기강 확립을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싶다.
이번 편싸움은 사소한 시비에서부터 발단했다고 한다. 그랬던 것이 소속집단에 대한 자부심과 편협한 충성심이 마침내 대규모의 집단 난투로까지 번지게 한 모양인데, 우리는 싸움의 당사자들이 군중 심리에 휩쓸려 이성을 잃고 폭력 대결을 하게된 것을 우선 유감으로 생각한다. 편싸움에 가담한 군인들이 아무리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라 하지만 그들이 국군상사로서의 긍지를 갖고 다소라도 군기를 존중할 줄 알았더라면 그처럼 경솔한 몸가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집단적인 사투를 위해 군 「트럭」을 동원했다든가 비행기나 기타 공용기물을 파손했다든가 하는 따위의 행동은 싸움에 격분하여 자제심을 잃었던 탓이라고 하지만 군인으로서 용납되기 어려운 행동이었던 것이다.
군인의 충성심은 우선 그 소속 부대에 대한 애착심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소속 부대에 대한 편파적인 충성심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공동히 발로시키기 위한 기준이라고 볼 수 있는 군기의 파괴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군은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요, 각군은 국군 전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요, 각군의 예하 부대는 그 군 전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이치를 절실히 인식한다고 하면 군의 예하 부대 사이에 대립·충돌이 생기거나 혹은 각군 상호간에 대립 충돌이 벌어지는 일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군인들이 부분적인 이익을 전체적인 이익에 종속시키고 소속 집단에 대한 충성심을 보다 높은 애국심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사고방식의 기준 위에서 행동해 줄 것을 요망한다. 일정한 군기 밑에서 집단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군인들이 무단히 직장을 이탈하고 사사로운 싸움에 휩쓸러 들어간다는 것은 군기가 이완됐다는 증거인데 이점 군의 각급 지휘관은 이번 사건을 거울 삼아 엄정한 군기를 확립키 위한 운동을 전반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끝으로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번 군인들의 집단 난투 사건 역시 일반 사회의 거친 사회 풍조를 반영한 것이라는 것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테러」사건, 그리고 이를 밝혀내고 처단치 못하는 정부 당국의 무능·무성의는 폭력 만능의 사조를 은연중 조성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군에 있어서의 폭력 사건도, 일반 사회에 있어서의 폭력 사건도, 정부 당국이 「테러리즘」을 엄중히 단속하고 국민 대중이 「테러리즘」을 철두철미 증오하는 사회 심리 상황이 성립된 후에라야만 비로소 근치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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