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연, 고문서 인터넷 서비스

중앙일보

입력

미시사, 신문화사 등 새로운 역사연구 바람을타고 요즘 각광받는 사료로 단연 고문서가 꼽힌다.

하지만 대부분이 한국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두식 한문이나 옛날 한글로 쓰여있고, 용어 또한 생소한 데다 흘림체로 써 내려가 전문가가 아니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접근은 고사하고 대부분의 일반인은 우리 전근대 사회가 근ㆍ현대보다 더 철저한 문서 사회였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인터넷 서비스에 들어간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http://www.koreanhistory.or.kr)'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이 사이트는 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한국전산원에서 전담하는 '지식정보연계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3월29일부터 그해 12월28일까지 진행된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 구축사업'에 따라 마련됐다.

여기에는 국사편찬위원회와 민족문화추진회, 규장각,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국학 관련 4개 연구기관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했다. 대표 주관기관은 규장각이 맡았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은 각기 특화된 '상품'을 제출했다.

민족문화추진회는 고전 국역 결과를 내놓았고 조선왕실 도서관에서 유래한 규장각은 각종 고도서를 출품했으며, 국사편찬위는 근ㆍ현대 관련 소장 자료를 중심으로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렇게 구축된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 제공 서비스 중에서도 정문연이 정리한 3천건 가량의 한국고문서는 압권으로 평가된다. 정문연은 부설 장서각이 주축이돼 전국에 산재한 고문서 수집에 들어가 현재 100만건의 경이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문서는 '한국고문서 자료집성'이라는 이름으로 영인출간되고 있다.

정문연은 100만건의 고문서 중 해제가 끝난 3천건을 성격에 따라 분류하고 해제를 넣고 원문을 정자로 풀어쓰며, 이를 한글로 풀이한 것은 물론 해당 문서별 이미지, 즉 원자료의 실물사진까지 함께 공개하고 있다.

제공되는 고문서 숫자를 종류별로 보면 국왕이 관원에게 내리는 각종 문서를 지칭하는 교지(敎旨)가 1천962건으로 가장 많고 땅 매매와 관련되는 증빙서류인 토지매매명문(土地賣買明文.498건)과 토기문기(土地文記. 516건)가 뒤를 따른다.

노비를 사고 판 증서인 노비매매명문(奴婢賣買明文. 1건)이나 달문(達文. 1건),상소(上疏. 5건) 등은 제공 숫자가 아직 적은 편이지만 차츰 확충해나갈 계획이라고장서각 국학연구팀 안승준 연구원은 말한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