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불운의 강속구' 신윤호 이번엔 황금장갑 끼나

중앙일보

입력

마지막엔 웃을 수 있을까.

실력이 좋아도,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도 때로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상을 타는 일이다. 상복(賞福)이란 말 그대로 그건 어쩌면 천운인지도 모른다.

그럼 점에서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난, 무명의 설움을 떨쳐낸 신윤호(26.LG.사진)가 프로 데뷔 8년 만에 과연 올해에는 대망의 황금 장갑(골든 글러브)을 낄 수 있을까. 신선수는 올 시즌 투수 3관왕이다. 다승(15승)·승률(0.714)·구원(32세이브포인트)에서 1위고 방어율(3.12)도 2위다. 비록 LG가 하위권에 머물렀고 신선수가 구원투수였다는 점이 걸렸지만 이 정도면 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전혀 손색이 없는 성적이었다.

이런 전망은 그대로 적중하는 듯했다. 지난 10월 말 열린 MVP 투표에서 신선수는 비록 과반수 득표는 못얻었지만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을 제치고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얻어내 MVP 수상을 눈앞에 뒀다.

다만 한가지 신선수가 현장에 없다는 것이 변수였다. 신선수는 당시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 뽑혀 일본 고베 4개국 친선 야구대회에 참가 중이었다.

게다가 신인왕마저 대표팀으로 외유 중인 김태균(한화)에게 돌아가자 'MVP라도 현장에 있는 사람이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 둘 다 없으면 좀 곤란하지 않아'하는 분위기가 갑자기 시상식장에 감돌았다.

결국 결선 투표에서 역전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승엽이 신선수를 물리치고 MVP를 차지한 것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자 이후엔 줄곧 일이 어긋났다. 줄줄이 이어진 스포츠지들의 각종 연말 시상에서도 대상은 언제나 이승엽에게 돌아갔고 신선수는 들러리였다. 그래서 그런지 프로야구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하는 골든 글러브 시상식을 앞두고 신선수는 담담했다. 이번에는 유력하다는 소식을 전하자 그는 "상보다는 결혼식에 신경이 더 쓰여요"라며 멋쩍어했다.

신선수는 네살배기 쌍둥이 딸 하늘과 샛별, 곧 돌을 맞는 아들 효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부인 김민희(26)씨와 오는 16일 늦깎이 결혼식을 치른다.

가난해서 여유가 없어 그동안 웨딩드레스를 입혀주지 못한 아내에게 늦게나마 도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신선수 이외에 골든 글러브 투수부문에서는 손민한.박석진(롯데)이 거론되고 2루수는 안경현(두산).유격수는 박진만(현대).3루수는 김한수(삼성) 등의 수상이 확실시된다. 포수부문은 박경완(현대)과 홍성흔(두산), 1루수는 이승엽과 우즈(두산)의 2파전 양상이다. 외야수 부문은 심재학(두산)·데이비스(한화)·이병규(LG)·정수근(두산) 등이 경합 중이다. 지명타자 부문에선 양준혁(LG)·호세(롯데)·마해영(삼성)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