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여자축구, "우리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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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사단만 있는게 아니다. 안종관 사단도 있다." 안종관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이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제13회 아시아선수권에서 선전을 거듭하며 정상을 향해 내닫고 있다.

한국은 10일 홈팀 대만을 1-0으로 격파하면서 3연승 무패 행진을 이어갔고 약체 태국과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A조 1위로 4강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번에 4강에 오른다면 4위에 올랐던 95년 대회에 이어 이 대회 출전사상 2번째이다.

한국은 지난 97년과 99년 거푸 조별리그에서 쓴 잔을 마신 끝에 4강전에도 오르지 못했었다.

한국은 특히 지난 8월 국내에서 열린 토토컵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한데 이어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도 동메달을 따내는 등 올들어 보이고 있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셈. 출범한지 10여년에 불과한 한국여자축구의 성장은 INI스틸과 숭민 원더스 등 실업팀이 단 2개뿐일 만큼 저변이 얕지만 뜻을 갖고 팀을 키워온 구단들의 노력과 국제대회(토토컵)를 창설한 축구협회의 투자 속에 이뤄졌다는 평가다.

또한 사비를 털어가며 과학적인 분석과 체계적인 훈련법을 국내 여자축구에 접목시킨 안종관 감독과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남자선수들을 능가하는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선수들의 공이 무엇보다 크다.

하지만 여자대표팀은 내년 남자축구의 월드컵 16강이라는 대의명제에 축구계의 관심과 역량이 집중되면서 한 단계 더 비상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축구협회가 10대과제 중 하나로 여자팀의 추가창단을 세워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올해 대학졸업반 선수 70명 중 실업팀에 입단하는 선수는 1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편 여자대표팀은 12일 태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1위가 확정돼 와일드카드 획득이 유력한 일본과 14일 결승진출을 놓고 일전을 벌일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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