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국가 파산제' 도입 검토

중앙일보

입력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일본 등 주요 회원국들은 채무불이행(디폴트)위험에 빠진 개발도상국에 대해 한시적으로 채무상환을 유예해 주는 '국가파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1일 보도했다.

국가파산제란 기업의 법정관리제도(파산보호제도)처럼 부채상환이 어려운 국가가 IMF에 파산을 신청하도록 하는 제도다. 일단 파산을 신청하면 IMF 중재 아래 채권단과 채무조정 교섭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내년 서방 선진7개국(G7)재무장관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앞서 앤 크루거 IMF 수석부총재는 지난달 말 워싱턴소재 전국이코노미스트클럽(NEC)모임에서 이같은 제도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크루거 부총재는 국가파산제의 기본 원칙으로 ▶채권자들이 자국 법정에 채무상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협상을 방해해서는 안되며▶채무국은 성실하게 협상에 임해야 하며▶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채권자에게 우선권을 주고▶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 등 네가지를 제시했다.

IMF는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와 이듬해 러시아 경제 위기 때 이런 제도가 없어서 수습에 큰 혼란을 겪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IMF는 민간의 채권.채무문제에는 개입할 권한이 없어 개도국의 외채위기 때마다 민간기업의 채무 재조정에는 손을 쓸 수 없었다.

한편 재정경제부와 한은이 공동으로 만든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국가파산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파산위험이 있는 국가에 대한 국제투자자들의 투자가 축소될 수 있고▶위기국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당사국의 자금조달 비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한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에는 국제자금이 몰리는 현상도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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