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회의… 무대책에 속타는 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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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엔 한숨 소리가 가득해요."

11일 오후 서울 삼청동 교원징계재심위원회 대강당에서 열린 '대졸자 취업 관련 총장회의'에 참석한 전국 1백20여개대 총장.관게자들은 한완상(韓完相)교육부총리와 진념(陳稔)경제부총리에게 대학가의 극심한 취업난을 하소연했다.

이날 자리는 범정부 차원의 대학 졸업자 취업률 제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관학(官學) 대책회의.

취업자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든 실정을 반영한 듯 시종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이날 회의의 말문을 연 사람은 "학생들의 한숨 소리에 대학 관계자들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고 전한 가야대 이경희(李慶熙)총장이었다.

회의장에 참석하기 직전 지방대 총장들은 기자들에게 "올 대학 졸업예정자의 취업률이 지난해에 비해 반의 반토막"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정부 고위관료들 앞에서는 대부분의 총장들이 눈을 지그시 감고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절절한 취업난에 대해서는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일부 대학 총장들은 정부의 청년 실업과 관련한 무(無)대책을 거론하면서 "차라리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서 고용창출에 힘쓰는 것은 어떠냐"며 대책 아닌 대책을 내놓는 등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陳부총리는 "정보통신부측과 협조해서 인도에 유휴 인력 파견, 소프트 웨어를 집중 교육시키는 방법도 강구 중이다. 향후 3년간 일본.인도 등 해외에 5만명의 인력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韓부총리가 "대학평가와 연계해 취업률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대학생 취업정보센터를 만들겠다" "총장들이 최대한 취업 지원에 나서달라"는 등의 발언을 하자 일부 총장들은 "이런 알맹이없는 대책을 듣자고 모였느냐"며 어이없어하기도 했다.

I대 李모 총장은 "총장인 나부터 교수.말단 직원까지 발벗고 나서 기업을 돌면서 사정하고 읍소하는 등 한마디로 '별짓'다해봤다"면서 "이런 뻔한 대책은 집이 다 타버린 뒤 뒤늦게 소방차 촐동시키는 꼴"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숙명여대 이경숙(李慶淑)총장은 "여대 졸업자에 대한 취업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노동부는 대학졸업자 및 졸업예정자 3만5천명을 근로자 3백인 이상의 대기업과 정부 부처에서 월 25만~30만원의 급여를 지불해 3~6개월간 고용한 뒤 정식채용 때 우대하는 직장체험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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