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모터쇼에 외제 신차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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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상하이(上海)모터쇼 일정과 겹쳐 BMW의 자랑인 수소차와 컨셉트카를 서울모터쇼에 내놓을 수 없게 됐습니다. 조직위에서 일정만 조정했으면 좋았을 것을…." 서울국제모터쇼를 준비 중인 BMW코리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5회째(격년제)를 맞는 서울국제모터쇼가 비슷한 기간에 열리는 중국 상하이모터쇼에 밀려 '신차 없는 반쪽 모터쇼'가 될 상황이다. 서울모터쇼는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경기도 일산의 킨텍스(KINTEX) 국제전시장 개막에 맞춰 열린다. 10회째인 상하이모터쇼는 4월 22일부터 28일까지다.

벤츠.BMW.아우디.도요타.GM.닛산 등 세계 유수 자동차 업체들은 대부분 상하이모터쇼에서 신차.컨셉트카를 발표한다. 28일 상하이모터쇼가 끝난 뒤 업체들이 출품했던 차를 곧바로 서울로 수송하면 되지만 운송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상하이에 나온 신차 중 일부만 서울모터쇼 막바지인 5월 5일 이후에나 전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BMW 등 일부 수입차 업체는 모터쇼 이후에 별도의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 생산업체인 포르셰는 서울모터쇼에 참가하겠다며 비용까지 냈지만 최근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 상하이모터쇼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부품업체 6군데도 상하이로 발길을 돌렸다. 모터쇼의 수준은 신차와 컨셉트카 발표에 의해 결정된다. 해외 유명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세계 4대 모터쇼인 디트로이트.파리.프랑크푸르트.도쿄 모터쇼 일정에 맞춰 신차를 내놓는다.

국산차 업체들도 해외 모터쇼에서 발표했던 차를 서울국제모터쇼에 선보인다. 현대차는 그랜저XG 후속인 TG를, 기아차는 카니발 후속 모델을, GM대우차는 스테이츠맨을 전시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온 힘을 쏟고 있다"면서 "상하이모터쇼가 중요해진 만큼 지난해라도 서울모터쇼 조직위가 일정을 조정했으면 이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는 행사 조직위가 킨텍스 준공에 맞춰 모터쇼 일정을 잡다 보니 서울모터쇼보다 비중이 큰 상하이모터쇼 일정을 알고도 행사 기간을 조절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해외 업체 본사에서 서울모터쇼 대신 상하이모터쇼에 주력하면서 전시할 차종이 바뀌었고, 일정이 맞지 않아 서울에는 기존 판매 차량만 전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모터쇼는 올해 처음으로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합해 열린다. 서울모터쇼 조직위는 2010년에는 이 모터쇼를 세계 5대 모터쇼에 진입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조직위 관계자는 "해외 유명 업체들이 서울모터쇼를 외면하고 상하이모터쇼에서 신차를 발표할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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