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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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 영 랑
바다로 가자, 큰 바다로 가자.
우리 인젠 큰 하늘과 넓은 바다를
마음대로 가졌노라.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
바다 하늘 모두다 가졌노라.
옳다, 그리하여 가슴이 뻐근치야.
우리 모두다 가잤구나,
큰 바다로 가잤구나.
우리는 바다없이 살았지야, 숨막히고
살았지야,
그리하여 쪼여들고 울고불고 하였지야,
바다없는 항구속에 사로잡힌 몸은
살이 터져나고, 뻐 튀켜나고,
넋이 흩어지고,
하마터면 아주 꺼꾸러져 버릴것을.
오! 바다가 터지도다, 큰바다가 터
지도다,
우리 큰배 타고 떠나가잤구나
창랑을 헤치고 태풍을 걷어차고
하늘과 맞닿은 저 수평선 뚫으리라
큰 호통하고 떠나가잤구나
바다없는 항구에
사로잡힌 마음들아
툭털고 일어서자, 바다가 네 집이라
우리들 사슬 벗은 넋이로다
풀어놓인 겨레로다
가슴엔 잔뜩 별을 안으렴아
손에 잡히는 엄마별 아가별
머리엔 그득 보배를 이고 오렴
발아래 좍 깔린 산호
요 진주라
바다로 가자
우리 큰 바다로 가
자.

<한국자연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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