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출전국 전력분석 A조, 세네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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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대륙' 아프리카 서쪽 끝 대서양에 위치한 세네갈은 국제축구계에서 조금은 낯선 나라.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60년에 독립한 인구 1천만명의 세네갈은 프랑스대표팀미드필더 파트리크 비에이라의 고향이자 대전 시티즌에서 활약 중인 '검은 낙타' 콜리의 조국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빠르다.

62년 FIFA에 가입한 세네갈은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는 것이 이번이 처음일 만큼 세계무대에서는 이름을 알리지 못했고 수년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내에서도 중위권에 머무는 등 축구 변방국이었다.

그러나 세네갈은 국민적 축구열기 속에 전국에 160개에 달하는 축구훈련센터를 세워 유소년 유망주들을 발굴, 육성하면서 지난 90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 4강에 오르더니 지난해에도 8강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다.

특히 세네갈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프로축구 세당 등지서 지도자 생활을 한 프랑스인 브루노 메추(47)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스트라이커 엘 하지 디우프(랑스) 등 유럽파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정비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월드컵 본선 무대를 한차례 이상씩 밟아본 알제리, 이집트, 모로코 등 전통의 강호가 한조를 이룬 아프리카 지역예선 C조에서 그 누구도 세네갈이 1위를 할 지 예상치 못했지만 '사자들(The Lions)'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FIFA랭킹이 67위로 본선 진출국 중 최약체가 아니겠냐는 귀에 거슬린 평가도 받고 있지만 유연성과 개인기를 무기로 아프리카 양대 산맥인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이 종종 일으킨 '검은 돌풍'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공교롭게도 식민지 통치국가였던 프랑스와 개막전에서 맞대결, 흥미를 끄는 가운데 감독도 프랑스인이어서 이래저래 화제를 낳고 있다.

▲세네갈의 전술과 기본 포메이션

세네갈은 오랜 프랑스의 식민통치에다 90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 4강에 오를 당시 사령탑이었던 프랑스 출신 클로드 르 로이 감독의 영향을 받아 '유연한 프랑스식축구'를 구사한다.

최종 예선에서 8골을 몰아 넣어 세네갈을 본선 무대로 이끈 디우프, 스트라이커 앙리 카마라(세당) 등 주축 멤버가 90년 중반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체계적인 축구수업을 받아 대표팀의 기둥으로 성장한 것은 좋은 예이다.

기본 포메이션은 '4-4-2' 시스템이며 디우프와 카마라가 투톱에 서고 칼릴루 파디다(오세르), 엘 하지 사르(랑스) 등이 미드필드에 포진하며 시즈(몽펠리에), 페르디난드 콜리(랑스) 등이 수비진을 이룬다.

올해 프랑스에서 일본과 가진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으며 한국과의 전주월드컵경기장 개장 경기에서도 디우프가 빠진 채 1.5군이 나서고도 1-0으로 이길 만큼당시 굉장히 유연하고 조직적이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큰 대회 경험이 없고 위기관리능력이 부족한 것은 흠이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연쇄살인범(Serial Killer)'

살벌하기 이를데 없는 이 수식어는 세네갈 언론들이 디우프의 골결정력을 칭찬하며 붙여준 별명이다.

지난 3월 아프리카 예선 나미비아전에서 해트트릭(3골)을 기록,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디우프가 4월 숙적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다시 3골을 잡는 신들린 활약으로 24년만에 알제리를 격침시키자 그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메추 감독의 조련을 받으며 '한창 물이 올랐다'고 평가받고 있는 디우프는 182㎝, 74kg의 당당한 체격조건을 갖췄다.

약관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골문앞에서 침착한 디우프는 한번 잡은 찬스를 좀처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가공할 수준. 99년 프랑스 1부리그 렌에 입단, 한시즌을 보냈던 디우프는 지난해 랑스에 임대되면서 2000-2001 시즌 28경기에 출장, 8골을 잡아내 골게터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월드컵 지역 예선 성적

세네갈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물고 물리는 과정속에 C조 예선 6차전까지 2승3무1패로 조 2위를 달리던 세네갈은 7차전에서 1위를 달리던 모로코를 1-0으로 제압, 승점 12(3승3무1패)가 되면서 꺼져가던 본선행 불씨를 살렸다.

그러나 모로코가 승점 15(4승3무1패)로 예선 8경기를 모두 끝낸 상태에서 이집트도 7차전에서 나미비아를 8-2로 대파, 승점을 12로 늘렸고 골득실차로 세네갈에이어 3위에 올라 본선 티켓의 주인은 오리무중이었다.

자칫 최종 8차전에서 세네갈, 이집트가 상대팀에게 모두 패하면 모로코가 어부지리 1위가 확정되고 세네갈이 지고 이집트가 이기면 이집트는 골득실차에서 큰 차이로 앞선 모로코를 밀어내고 조 수위가 되는 등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네갈은 나미비아를 5-0으로 대파, 알제리와 1-1로 비긴 이집트(승점 13.3승4무1패)를 3위로 밀어냈고 동률의 모로코에게는 골득실에서 무려 +7 앞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세네갈은 어떤 나라

인구 = 998만7천명
면적 = 19만 6,192㎢
공용어 = 프랑스어
1인당 국민총생산 = 1,650달러
FA 랭킹 = 67위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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