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김치로 미국 입맛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저녁 워싱턴의 양성철(梁性喆)주미대사의 관저. 한국통 미국인들의 송년회가 열렸다. 한국문제를 연구하는 코리아 클럽 등이 손님이었다. 모임엔 이례적인 이름이 붙었다.'김치 한마당.'

이날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김치였다. 행사장 전면 대형스크린에서는 김치의 모든 것이 소개됐다. 초청자인 梁대사는 "여러분이 한국의 기본음식인 김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김치를 준비했으니 마음껏 맛보시라"고 인사했다.

이어 '김치박사'들이 등장했다. 김치 논문으로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미생물학자 김만조(여.74)씨는 김치 제조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한국에는 3백여가지 종류의 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곳곳에서 "오"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서양인이 의식하는 김치의 강한 양념 냄새에 대해 金씨가 "치즈제품보다 냄새가 덜하다"고 하자 웃음이 나왔고 '김치 핫도그'가 비춰지자 폭소가 터졌다.

다음에는 한국요리 전문가 신희수(66)씨. 그녀는 『한국 부엌에서 자란 시절』이란 책을 지었다. 신씨는 워싱턴의 대표적인 한국음식점 '우래옥'에서 나온 여성 주방장과 함께 김치 담그기 시범을 보였다. 강연이 끝나고 부페테이블로 달려간 미국인들은 접시마다 김치를 한 아름씩 담았다.

주미대사관.한국관광공사.제일제당의 합동작전으로 이뤄진 이날 행사는 최근 뜨거워지고 있는 '김치 미국 공습'의 가장 최신작이었다.

공습작전의 발판은 지난 7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일본의 기무치를 제치고 한국의 김치가 국제식품규격 인정을 받은 것. 곧바로 제일제당과 두산이 미국인의 입맛에 어울리는 김치 샐러드를 개발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근엔 동포주부 헬렌 김(52)씨가 사재 2백여만달러로 김치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여기에 가세했다. 세계 식품의 종합전시장인 미국. 일본의 스시처럼 뿌리내릴 수 있을지 김치의 침투력이 기대된다.

김진 특파원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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