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표팀의 또다른 힘 ‘응원’

중앙일보

입력

4만 2천명이 하나로 뭉쳤다. 한국의 뜨거운 응원 열기에 미국은 몸을 움츠렸다.

‘월드컵 전초전’으로 뜨거운 관심 속에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선 한국과 미국 대표팀이 기(氣)싸움을 벌였다. 한국은 전반 20분 이천수(고려대)의 코너킥을 받은 유상철(30가시와)이 헤딩슛으로 연결, 미국을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일단은 기선제압에 성공해 자신감을 얻게 됐다. 한국의 이날 승리 뒤에는 관중들의 ‘응원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경기 시작 전부터 내리던 비는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지만 경기장을 찾은 4만 2천여명의 축구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이날 서귀포시측은 비가 올 것에 대비해 비옷 5만개를 준비, 경기 중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자 관중들에게 나눠주는 신속성을 보였다.

스탠드엔 흰 우비를 입은 관중들이 ‘하얀 눈밭’을 연상케 했다. 붉은 악마의 고유 색인 붉은 색과 조화를 이뤄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관중들은 스탠드 중앙과 골대 뒤에 위치한 붉은 악마의 응원 주도하에 관중들은 90분 내내 목이 터져라 대표팀의 파이팅을 외쳤다.뜨거운 열기는 그라운드로 전해졌고 한국팀은 활기찬 플레이로 보답했다. 반면 미국은 이렇다 할 공격 루트를 찾지 못했다.

한국이 좋은 기회를 잡으면 경기장이 떠나 갈 듯 일제히 “와-" 하는 함성을 보냈고 반대로 미국 선수들이 볼을 잡으면 "우-"하는 야유를 보냈다. 미국 선수들은 이런 경기장 분위기에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홈 경기의 이점은 모두 홈팀에 유리하게 돼 있다. 시차도 없고 음식 걱정도 없고 그라운드 사정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이다.

본 게임은 내년 6월 대구에서 벌어진다. 상대(미국)는 베스트 전력에 오늘 보다 더욱 강하게 나올 것이다. 관중의 열화 같은 응원은 분명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고 상대에겐 보이지 않는 적인 셈이다.

내년 미국 팀을 다시 만나면 경기장이 떠나가도록 더욱 크게 외쳐보자. 미국팀이 한국의 응원만 생각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게 하자. 그것은 상대로 하여금 엄청난 부담과 중압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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