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축구] 유상철 '전천후 폭격기'

중앙일보

입력

역시 '꿩 잡는 게 매'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 내는 전천후 선수로 각광받은 유상철(30.가시와 레이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유선수는 9일 미국과의 평가전에서는 송종국(부산 아이콘스)과 자리를 바꿔 중앙 수비수로 출전, 또 합격점을 받았다.

유선수는 안정된 수비뿐 아니라 과감하게 공격에도 가담,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더니 전반 20분 이천수의 코너킥을 특유의 높은 점프력을 이용한 헤딩 골로 연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유선수의 진가가 발휘된 장면은 역시 수비에서였다. 유선수는 한국의 좌.우 최종 수비수 최진철.김상식과 함께 든든한 방어벽을 구축, 경기 전반 미국의 투톱으로 나선 조시 울프와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공을 따내는 유선수의 활약에 막혀 전반 미국은 이렇다할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유선수의 중앙 수비수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 대구에서 소집된 '6기 대표팀'에서 유선수는 중앙 수비수로 기용됐었다. 마땅한 중앙수비수를 찾지 못하던 히딩크 감독은 '만족'을 표시하며 앞으로도 계속 유선수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할 뜻을 비췄다. 그러나 유선수가 일본으로 돌아간 사이 '숨어있던 진주' 송종국이 중앙 수비수로 변신에 완전 성공, 유선수는 다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히딩크 감독은 전날인 8일 "유상철은 기량이 뛰어난 것은 물론, 정신적인 면에서 후배들을 이끌 수 있는 선수"라며 절대적인 신임을 보였다. 최후방에서 최전방까지 복수의 자리를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에다 히딩크 감독이 높게 평가하는 근성까지 갖춰 월드컵 본선까지 히딩크 감독의 애정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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