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축구] 노장 황선홍·김병지 "젊은피 비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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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사단의 386세대'.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은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가 갖춰지면서 20대 초반의 '젊은 피'로 탈바꿈했다. 90분간 쉴새없이 뛸 수 있는 기동력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의 수비수였던 홍명보(32.가시와 레이솔)마저 설 자리가 없어진 히딩크 사단에서 황선홍(33.가시와 레이솔)과 김병지(31.포항 스틸러스)는 '386세대' 최후의 보루다. 이들은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이는 젊은 선수들보다 더 뜨거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 이번이 마지막이다

지난 1월 홍콩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 돌출 행동 이후 줄곧 히딩크의 눈 밖에 났던 골키퍼 김병지는 10월 소집 때도 허리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기회를 주려고 했으나 김병지가 먼저 출장을 포기했다"고 말하고 "선수에게는 기량 이외에도 정신적인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투지가 부족하다는 거였다. 이때만 해도 주전 자리는커녕 대표팀 합류도 불가능해 보였다.

김선수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 건 지난달 FA컵 울산 현대와의 준결승전 활약 덕분이었다. 경기를 지켜본 히딩크 감독은 "김병지가 예전에 비해 기술적인 면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히딩크는 다시 김병지를 불렀고 이례적으로 "미국전에 뛸 기회를 주겠다"고 미리 귀띔까지 했다.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선수는 서귀포 훈련 내내 성실한 태도와 순발력있는 방어 능력을 과시, 일단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 스트라이커 경쟁에 마침표 찍는다

황선홍은 히딩크의 신임을 얻고는 있지만 공격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안심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이미 이천수(고려대)와 최태욱(안양 LG)이 양쪽 날개로 자리를 굳혔고 설기현(안더레흐트)과 안정환(페루자), 그리고 최용수(이치하라 제프유나이티드)도 히딩크의 마음에 들 만한 플레이를 보였다.

더구나 코칭스태프는 과연 내년 월드컵 때까지 황선홍이 지금의 체력과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선홍은 "아직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하고 "마지막 월드컵이 될 내년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전 스트라이커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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