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셔틀버스 금지 5개월…효과 0점

중앙일보

입력

'2001년 유통업계 최대 뉴스는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금지 조치'.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선정한 '유통업계 10대 뉴스' 중 셔틀버스 운행 금지조치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 7월 1일 셔틀버스 운행이 금지되자 재래시장.중소상인.운수업계는 박수를 쳤고, 백화점.할인점은 매출감소를 우려해 일제히 반발했다.

그러나 시행 5개월이 지난 지금 중소 유통업체와 운수업자들을 보호하려는 당초 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소비자들의 불편과 교통체증만 불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매출도 줄기는커녕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셔틀버스 운행중단이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 실패한 셔틀버스 운행 금지=1997년부터 셔틀버스가 급증하자 민주당 박광태 의원 등 여야 의원 87명이 의원입법을 통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개정안'을 내놓았고 지난해말 정기국회를 통과했다.백화점.할인점 등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에 반발,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이를 기각함으로써 셔틀버스 운행은 7월 1일부터 중단됐다. 그러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던 백화점 매출은 4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9일 끝난 겨울 정기세일에서도 롯데.현대 등 주요 백화점의 매출은 25~30% 증가했다.

신세계 이마트 원주점과 서부산점은 지난 7월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각각 10월과 11월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동네 슈퍼마켓과 구멍가게 등 중.소 유통업체의 활로를 열어주자는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정보화.협업화를 추진한 5백여개 매장은 매출이 20%쯤 늘었다지만 아무런 준비와 변화가 없는 소형 매장의 매출은 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에 3백~4백평 규모의 슈퍼마켓체인 60여개를 운영하는 LG유통의 김성민 팀장은 "처음부터 대형 백화점.할인점과 중소 유통업체의 경쟁력 차가 크고 고객이 기대하는 바도 달랐기 때문에 셔틀버스 폐지의 효과가 없다"고 풀이했다.

의원입법에 참여한 김문수 의원(한나라당)은 "영세상인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마련한 법인데 어느 정도의 성과는 달성했다고 본다"며 "대형 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불공정 거래의 대표적인 사례였기 때문에 폐지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의 입장은 다르다.현대백화점의 이병규 사장은 "셔틀버스 운행금지 후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이 증가한 것만으로도 이번 조치는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 불편만 늘어=백화점 겨울 정기세일 마지막 날인 9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과 현대백화점 압구정.무역센터점 일대는 하루 종일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강정호(34.회사원.서울 광진구 구의동)씨는 "을지로 입구를 지나는 데 30여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가을세일기간에 삼성역에서 무역센터점 주차장까지 가는 시간은 15분이었으나 올해는 25분으로 늘어났다.셔틀버스를 못다니게 하면 고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김준현.이승녕 기자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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