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하는 대일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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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괴기술자 일본입국문제로 해서 야기된 한·일간의 분규는 날이 갈수록 영문모를 내락속으로 굴러드는 것만 같다. 거월 29일 이 외무는 「그동안 일본의 대북괴 정책시정과 해명을 요구하였으며, 좌등일본수상의 두차례에 걸친 현서와 유명서한 및 목촌대사의 설명을 듣고 일본측이 약속을 성실히 지킨다면 양국 관계를 정상으로 유지하는데 우려할 것은 없다」고 언명함으로써 동 분규가 「일단락」지어졌다고 분명하게 시사한 바 있었다.
그러나 수삼일이 지난 어제는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유명서한과 목촌국상서는 정부가 받은 것으로 한·일 문제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며, 이들 서한이 일본의 대북괴정책을 밝힘에 있어 우리정부의 입장에 원칙적으로 접근하려는 성의를 보여주었으나 일본입국허가결정을 철회한 것이 아니므로 정부는 이 서한을 받았을 뿐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함으로써 지난 7월 29일자의 동 발언을 뒤집고 말았다.
본 난은 먼젓번과 이외무발언에 대해서 무엇이 어떻게 「일단락」되었는지를 궁금히 여기면서 본질적인 분규의 씨를 제거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한·일 기본조약 제3조의 재교섭·수정을 누누이 촉구하였거니와, 한·일 분규가 계속중이라는 작일의 이 외무발언에서 우리는 주견과 자주성을 잃고 방황하는 한국외교의 모습을 엿보는 듯하여 한심한 느낌을 금치 못한다.
무엇보다도 「좌등서한」과 「유명서한」이 어떠한 내용인지를 알 수 없고, 또한 목촌대사의 「국상서」가 어떻게 된 요점인지를 짐작하지 못하지만 일본측이 「약속을 성실히 지킨다면 양국관계를 정상으로 유지하기에 우려할 것 없다」고 약관할 수도 있고, 또한 정부가 그러한 서한을 「받았을 뿐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뒤늦게야 부연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물론 동 서한이 「우리정부 입장에 원칙적으로 접근하려는 성의를 보였다」는 의미에서 정부가 공식으로 이를 접수하였을 뿐이라고 들리지만 지난 29일자 발언에서 그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납득할 수가 없는 것이다. 국민에게 한·일 분규가 「일단락」 되었다는 인상을 짙게 해놓고서 다시 그 분규를 재연시키는 듯한 새삼스러운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까닭이 무엇이냐는 말이다.
아무런 실질적인 해결의 실마리는 찾지도 못한채 정부내의 견해차질마저 노정한 끝에 단계적 보복책 일체의 수습책으로 「한·일 분규의 일단락」을 운위하다보니 야당측의 반발은 물론이려니와, 심지어는 여당내에서까지도 불만의 소리가 가라않지 않는 까닭에 그러한 미봉책의 발언이 나오게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일관성 없는 정책발언은 첫째로 대내면에서도 정부가 동요를 거듭한다는 인상만을 국민에게 깊게 해줄 뿐 아니라, 둘째로는 기본조약 제3조의 재검토·수정이라는 거창한 과업을 앞둔 대일 외교에서 우리의 교섭기반을 적지 않게 손상하고야 말았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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