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죽은 젊은 감독-<밤하늘의 블루스>관객8만에도 빚만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영화를 만들던 젊은 영화감독이 영화처럼 목숨을 끊었다.
28일 밤 삼청공원에서 「밤하늘의 블루스」의 「메가폰」을 들었던 노필(39·중구 광희동309의2)씨가 소나무에 목을 메고 자살한 것이다. 노 감독의 죽음은 젊은 감독으로서 두번째의 일-.
노씨는 경기 중·고교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 47년 김소동·전창근씨와 손잡고「안창남 비행사」에서 첫 「메카폰」을 잡았다. 10여년의 고달프고 쓰라린 밑바닥을 거쳐「꿈이여 다시 한번」을 만들어 「히트」-이어「심야의 고백」「꿈은 사라지고」등 20여편을 감독했다.
지난4월 「영화개정 법안」이 실시되자 정규업체에 한해서 한해에 1백20편의 제작「쿼터」를 나누어주기 때문에 등록되지 않은 군소 감독들은 외면 당하고 대화의 광장을 잃어버렸다.
그의 마지막작품인 「밤하늘의 블루스」(4월3일∼20일·국도공연)는 그가 처음으로 제작을 맡아「쿼터」제 때문에 쓰러져 가는 자신을 일으켜보려 안간힘을 쏟은 작품-.
관객 8만6천여명을 동원했으나 기업에 밝지 못한 그는 1백여만원의 빚만 안고 말았다.
과묵한 노씨는 아내에게도 고백 못하고 고민해오다「영화」를 저주하며 젊은 감독자모임인 신우회(김수용·김기덕·정진우씨 등) 회원들에게 마지막안부를 전하고 어릴 때 뛰놀며 꿈을 키웠던 삼청공원에서 스스로의 생명을 끊고 말았다. 자녀로는 수현, 강현, 문현 3형제가 있다. <노진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