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감동」되찾는 동심의 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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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이들은 꿈속에 산다. 구름 한 조각에도, 풀잎 하나에도, 달리는 기차에도 어린이들은 꿈을 싣는다. 꿈은 아이들의 더 없는 즐거움이다. 꿈 있는 아이들은 노래를 부른다.「중앙동산」에는 하루 평균30여편씩의 노래가 쏟아져온다. 4·5학년의 투고가 한결 많다. 6학년의 투고는 주로 시골에서나 뜸뜸이-. 여기에서도 현실의 역겨움이 느껴진다. 도회지의 6학년아이들은 그나마의 정서에도 각박하다. 오히려 앳된3학년 어린이의 투고가 활발한 편이다.
담임교사가 손수 겉봉을 써서 어린이들의 작품을 보내주기도 했다. 서울 아닌 두메교사의 인정이었다. 도회 아이들과 시골아이들의 투고는 푸른색과 회색의 구별만큼 때로는 차이가 진다. 생활의 환경은 그처럼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우리 집 가는 길은 골목길.
학교에서 돌아오면 구슬치기.
『시끄럽다!』
뚱뚱보 아주머니 야단치시면
우리들은 달아나지요. 골목길엔 종이 부스러기만 남아요.

<서울 남정국민교·3의7·차철호>
서울 아이들은 대체로 너무 어른스럽다. 그리고 직설적이다. 감동에 둔하며 별로 신비로운 경험도 할 수 없다. 말도 거칠고 생각도 거칠다. 생활이 주는 교훈 탓일까.
그러나 시골 아이들이라고 맑은 음성들은 아니다. 그들에겐 아이답지 않은 체념과 우울과 짜증같은 것이 많다. 그리고 모두들 외로와 한다.
꽃은 좋겠어요
동무가 많으니까요.
꽃은 언제나
나비와 벌과 놀아요.
나비는 춤추고
벌은 윙윙 노래를 부른대요.

<대소원국민교·4의3· 김상래>
가난은 아이들에게도 여간한 괴로움이 아니다. 전체 투고의 19%가 그런 가난한 얘기들이다.
『꿩, 꿩, 꿩서방, 자네 어디로 가는고. 우리 새끼밥 주려고 밥 얻으러 가지』금빛 현란한 꿩을 보며 겨우 밥 얻으러 가는 시늉을 연상하는 어린이. 『기성회비 안 가지고 온다고 호통치실 때, 우리선생님의 입은 꼭 돼지입술처럼…』(장경국민교·3의6·손남수)-이런 증오.『어제 본 영화, 언니도 울고, 나도 울고 엄마도 울었어요. 돈벌이 간 오빠와 너무 같다면서』(경북·영주국민교·6년·손경숙)이 어린이의 감상.
그러나 아이들은 무한한 동경속에 산다. 그것은 신비스런 감동이며 황홀이며 꿈을 꾸게 하는 즐거운 풍금소리 같은 것이다.
부르릉 부르릉
버스가 간다.
버드나무 아래서
버스가 섰다.
손님이 내렸다.
그래도 먼길 가는 손님은 앉아 있다.
부르릉 부르릉.

<대구 달성국민교 6의9· 이명순>
이처럼 설레임속에서 희열을 가꾸며 사는 아이들. 「부르릉 부르릉」아이들의 꿈은 그 속에 있다.「중앙동산」은 차츰 그런 반가움을 맞고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생각과 고운 말과 사랑의 분위기를 선사하는 것은「중앙동산」이 품는 깊은 뜻이다. 사랑의 분위기는 마치 폐에 공기가 필요한 것처럼 어린이의 마음에 필요한 것이다.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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