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음란 포스터는 괜찮다?

중앙일보

입력

웨인 왕 감독의 '센터 오브 월드'(8일 개봉) 는 인터넷 재벌과 스트립 댄서 사이의 '계약 동거'를 도발적으로 다룬 영화다. 미국영화협회가 '17세 미만 관람 불가' 판정을 내리자 감독은 등급 재신청을 거부한 채 상영을 강행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선 '18세 관람가'를 받았다. 수입사에서 스트립 댄서가 막대사탕을 은밀한 곳에 넣었다가 꺼내는 장면을 자진 삭제했기 때문. 그런데 이번엔 영화의 포스터가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포스터는 지긋이 눈을 감고 막대사탕을 핥으면서 하이힐을 신은 다리를 쭉 뻗고 있는 여자를 클로즈업하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작품 심의에만 몰두했던 까닭인지 포스터는 별 문제 없이 통과시키는 '관용'을 베풀었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지나친 성적 암시로 뉴욕 타임스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같은 미국 언론들로부터 광고 게재조차 거절당했던 것. 국내에서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라이코스가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고 판단, 배너 광고 자체를 거부했다.

혹시라도 영화 심의에 깐깐한 것으로 유명한 등급위가 잠시 한눈을 판 것은 아닌지? 지난달 24일 지하철 광고를 시작한 '센터 오브 월드'의 포스터는 하루에도 10여장이 파손되는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포스터 하나에도 주의를 집중하는 등급위의 신중함이 요청된다. 특히 곧 확정될 제한상영관 도입에 따라 늘어날 수 있는 '준(準) 포르노 영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 등 등급위의 역할이 중대해지는 요즘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등급위의 공식 잡지인 '영상등급' 최근호엔 등급위의 발전적 해체를 제안하는 글(영화평론가 전찬일씨) 까지 실렸을까. 이제 등급위는 '검열기관'이란 오명을 씻되 음란성 여부는 제대로 가려내는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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