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찬호 잡느냐···마느냐···다저스 '선택 D-1'

중앙일보

입력

6일 현재 볼카운트 1-3.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고 타자는 아직 한숨 돌릴 여유가 있다. 박찬호(사진)와 LA 다저스의 관계도 비슷하다. 다만 박선수가 타석에 서 있고 투수인 다저스가 몰린 판세다.

다저스에 남은 수순은 정면 승부다. 그동안 외곽을 치는 여론몰이 방식으로 접근했으나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신출내기 타자가 아니라 닳고 닳은 베테랑이었다. 다저스의 의도는 통하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이틀 밖에 없다. 다저스가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한 박선수를 잡으려면 8일(한국시간)까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박선수와 재계약 의사를 밝히는 조정신청(arbitration)을 해야 한다.

다저스가 조정신청을 포기하면 박선수와 내년 5월까지 계약을 할 수 없을 뿐더러 박선수가 다른 구단으로 떠나도 그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신인선수 드래프트 지명권도 포기해야 한다.

다저스가 이 권리를 포기할 확률은 거의 없다. 결국 다저스는 조정신청을 통해 박선수를 잡기 위한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박선수는 다저스가 조정신청을 통해 스트라이크를 던져와도 느긋하다. 오는 20일까지 그 조건을 받아들일 것인가를 결정하면 된다. 치면 재계약이고 안쳐도 볼카운트는 2-3이다. 그 때 박선수는 정식으로 다저스와 결별을 선언하고 다른 팀들과의 계약을 본격 논의하게 된다.

박선수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뉴욕 메츠와 연봉 1천4백만달러 수준의 구체적인 연봉 액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저지주의 지역신문 더 레코드지는 6일 "메츠가 기존 선수들을 트레이드해 박찬호를 잡으려 한다"고 보도하며 메츠의 영입작전을 소개했다.

또 ESPN도 "보라스가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메츠를 위해 연봉 지급을 일정기간 뒤로 미루는 지불유예 방법을 택할 수 있다"면서 양측의 절충 가능성을 내다봤다.

박선수는 FA시장 초반에 나타난 다저스의 미온적인 자세와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앞세우는 미국 언론의 태도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것"이라며 여유를 보였었다.

그의 말대로 윈터미팅(10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다저스의 재계약 의사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6일 CNNSI의 존 도노번은 FA투수시장에서 박찬호를 1위로 평가하는 기사를 썼다.

국내에 머물고 있는 박선수는 팀 선택과 관련,"강한 팀, 편안한 팀,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팀 순으로 고를 것"이라고 이날 언급했다.

박선수가 언급한 조건에 적합한 팀을 꼽아 보면 ▶강한 팀은 뉴욕 양키스·시애틀 매리너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편안한 팀은 LA 다저스·보스턴 레드삭스·뉴욕 메츠▶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팀은 텍사스 레인저스 등으로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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