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월드컵 손님들 "산사로 모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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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월드컵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여기에 대한 불교계의 대안이 사찰체험,이른바 '템플스테이(Temple-stay)'다. 외국인들이 산사(山寺)에서 묵으면서 참선, 다도(茶道)같은 전통문화를 경험하도록 한다는 것.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조계종 포교원이 중심이 돼 지난 7월부터 추진해온 '템플스테이'는 최근 여야 합의로 정부예결산특위에 이 사업을 위한 35억원의 예산이 상정되면서 한층 힘을 얻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전통문화포럼(집행위원장 성광)과 명원문화재단(이사장 김의정)주최로 열린 '템플스테이 추진방향과 전략'세미나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현재 조계종 내부에서 내세우는 '상품'으로는 전통예불.발우공양(사찰식사).참선.범패.탱화.연등제작.탑돌이 같은 행사들. 일선법조스님은 "특히 다도야말로 도자기.음악.음식.예절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종합문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각 사찰마다 외국인들을 안내할 국제포교사.사찰 자원봉사자.외국인 관광전문가이드를 양성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 또 외국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예약을 할 수 있는 홈페이지 개설이 현안으로 부각됐다.

이러한 '템플스테이'는 외국에서는 뿌리를 내린 상태. 스페인에서는 수도원들이 숙박시설을 갖춰 도시인들에게 색다른 휴식공간을 제공해오고 있다.

한국외대 불어과 이종오 박사는 "1982년 베트남의 선승 틱닉한에 의해 프랑스 남부 보르도 지방에 세워진 '자두마을'의 경우 특히 가족단위로 종교적 체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정무형 SBS방송아카데미 문화연출학부장은 "일본의 경우 '쇼쿠보'(宿坊)이라하여 절에 묵으며 사찰요리.다도.온천 등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현재 전국의 사찰은 총 1만2천개로 이중 전통사찰은 9백여곳 정도. 외국인들과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는 사찰로는 전남 송광사, 서울 화계사, 연등국제불교회관 등이 꼽히고 있다.

이학종 법보신문 편집부장은 "단지 월드컵을 앞두고 숙박.샤워시설이나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하는 차원에 그쳐서는 안되며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템플스테이'가 정착하는데 넘어야할 산은 적지 않다. 우선 월드컵이 불과 6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준비기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점, 두번째로 보수적인 산사의 스님들이 외부인, 특히 외국인들에게 산문을 열고 대응해주는 '서비스'정신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는 점, 세번째는 각종 시설교체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에대해 정무형 부장은 "모든 사찰을 한꺼번에 전면 개방할 수도 없으며 사찰은 고급호텔이 아니다"라며 "예약에 의해서만 가능한 독특한 문화체험의 장으로 승화시킨다면 세계적으로 이만한 문화적 토양도 흔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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