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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과학자 「올림픽」|다가오는 제11차 태평양과학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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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며칠전까지 학술원에는 손님이 끊일 날이 없었다. 직원 등을 붙잡고 『꼭 나를 보내줘야겠다』고 통사정을 하는 과학자들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이제 동경으로 향한 과학자들의 조바심은 끝났다. 25일 저녁 태평양과학회의 참가자가 최종 결정된 것이다. 8월22일(월)부터 3주일동안 일본 동경대에서 열리는 제11차 태평양과학회의에는 공식대표 3명, 「심포지엄」참석자 19명 분과별 논문발표자 20명 도합 42명의 한국과학자가 국비로 파견되게 됐다. 61년 「하와이」의 제10차 회의에 25명을 보냈던 우리나라는 두 번째로 이 과학의 「올림픽」에 선수를 보내는 것이다. 자비참가자까지 계산하면 60명 이상의 우리과학자가 여기 참석할 것으로 추측된다.
「하와이」「비숍」 박물관에 본부를 둔 태평양과학협회(회장 스나이더)가 주관하는 이 회의는 4년쯤에 한번씩 열리는 세계적 과학회의다. 이 협회에는 태평양연안의 각 국은 물론 미·영·불·소 등 강대국이 모두 가입하고 있어 회원 46개국에 명예회원 7개국의 큰 모임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는 전 세계에서 일류과학자 2천명이상이 회의장인 동경대로 모여들고 그밖에 일인학자 3천명정도가 참가하여 5천명 이상의 과학자가 모이게 될 것이다.
세계의 첨단을 가는 이런 모임에 과학자들이 가고 싶어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태평양과학협회에 우리나라 대표로 가입하고 있는 학술원은 작년 8월 84만원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예산은 한푼도 나오지 않고 결국 며칠전에야 예비비 3백16만원을 얻고 「유솜」에서 6천「달러」를 얻어내어 40여명 정도를 보낼 수 있게 됐다.
희망자는 많고 경비는 제한돼 있으니 경쟁은 치열해졌고 결국 학계대표로 짜여진 10인위는 ①「심포지엄」에 참석하여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케 된 사람은 우선적으로 참가시키고 ②분과회의에서 논문을 발표할 사람을 다음 선발대상에 넣는다는 심사기준을 세운 것이다. 따라서 자기논문을 미리 태평양과학회의 준비 위에 내어 발표키로 결정된 사람은 국비로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밖에 개인적인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자비여행을 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논문만 2천8백편이 발표되는 이 회의는 그야말로 「매머드」판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세계기상기구(WMO) 세계대암연맹(UICC) 등 세계적인 기구가 모두 대표를 보내고 때를 맞춰 이 회의를 전후하여 「유네스코」흑조조사위원회 등 20개 과학관계 국제회의가 함께 열려 학자들이 편리하게 만들어 놓았다. 지난 4월 태평양과학협회 극동책임자 「쿨리지」 박사가 학술원에 보낸 편지에 의하면 이번 회의는 임원국을 22개국까지 늘릴 예정이며 한국이 새 임원국으로 뽑힐 것 같다. 임원국이 되면 앞으로의 회의장소·시기 등 중요문제토론에 참가케 됨은 물론이다.
이 회의는 기상·해양·지구물리·지질·생물·농학·수산·의학·사회학·인류학·지리·정보 및 박물관학의 12개 분야로 나눠져 있고 이들이 다시 전공별로 60가지로 세분돼 있다. 회의 제1주에는 두 가지 주제 「심포지엄」과 60개의 「심포지엄」이 각기 열린다. 주제 「심포지엄」은 ①태평양지역의 인구문제 ②태평양지역에서의 공기·무의 오염 등 두 가지. 이들 「심포지엄」에 정식 참석할 우리 과학자는 주제「심포지엄」인 인구문제의 3명을 포함하여 19명이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조영진 일랑 박사가 의장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 전체 모임은 「호텔」에서 열리는 개회식과 폐회식뿐이고 1, 2주의 학술회의는 모두 동경대 구내에서 열린다. 제2주의 분과별 회의가 끝나면 제3주의 특별 「심포지엄」이 있다. ①해양연구선 ②해중 공원 ③영장류 ④고충병 등 분야에 따라서는 알맞은 현장에서의 토론회가 열리기도 한다. <박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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