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미국 대표팀 '그림자 경호'

중앙일보

입력

"버스 문 열어도 좋다. 오버."

미국 축구대표팀이 첫 훈련을 한 제주도 서귀포시 강창학경기장은 마치 정상회의가 열리는 국제회의장 주변처럼 경비가 삼엄했다.

미국 선수단이 도착하기 두시간 전부터 경찰특공대가 경기장 옆 숲을 돌며 폭약 수색을 실시했으며 경기장 내부도 구석구석 살폈다.

오후 3시55분쯤 제주경찰청 소속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비상등을 켠 미국 대표팀이 탄 버스가 도착하자 미국 안전담당관 진 윌리엄스가 먼저 내려 주변을 살폈다.

한국 경찰이 '이상이 없다'는 사인을 보내자 버스내 무전기에 "내려도 좋다"는 교신이 흘렀고 선수들이 하나둘 하차, 그라운드로 들어섰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몸을 풀기 시작하자 제주경찰청 소속 경찰 32명과 소총을 휴대한 전남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 15명이 경기장 외곽은 물론 터치라인 주변까지 돌면서 경비를 섰다.

미국팀 안전담당관 윌리엄스는 취재진이 연습 내내 터치라인 1m 밖으로 물러나 있도록 통제했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관계자는 "CIA와 FBI.국정원.경찰이 미국팀 경비를 책임지고 있다"며 "당초 미국측에서 제주도내 미군시설에서 숙박하기를 희망했지만 조직위에서 국제적인 여론을 감안, 호텔 투숙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측이 요구할 경우 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팀은 입국 전 체류 6일 동안의 선수단 메뉴와 방 배치도 등을 미리 한국측에 넘겼고, 롯데호텔측이 이를 준비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호텔 관계자는 "미국측이 요구한 샐러드 소스가 한국에 없어 미국에서 급히 공수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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