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도 많은 공적자금…외신보도에 국가 이미지 실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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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의 이강만 대기업 1본부장은 지난 1일 중국 선전(深□)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했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유럽계 한 은행 임원이 감사원의 공적자금 감사결과를 실은 외신을 보고 "아직도 한국에선 세금과 같은 공적자금을 수조원씩 빼먹는 일이 벌어지느냐"고 물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그 자리에선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대꾸했으나 나중에 호텔로 돌아와 외신 기사를 보고는 낯이 뜨거워졌다. 그런 식으로 보도됐기 때문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30일 관련 보도에서 "53억달러(약 6조7천억원)의 공적자금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실기업 오너와 경영인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skimmed into the pockets of company owners and managers)"고 썼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도 같은 날 AP통신 기사를 전재하면서 은행 간부들과 부실기업 임원들이 6조5천억원의 공적자금으로 제 주머니를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found to have pocketed 6.5 trillion won)고 전했다.

일부 국내 언론의 엉터리 보도를 외신들이 따라 실음으로써 국가 이미지가 더욱 구겨진 것이다. 감사원 자료는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한 부실기업주와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7조원대의 재산을 보유 또는 은닉했다는 것이지 공적자금을 직접 빼돌렸다는 것은 아니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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