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의존하던 육류·어류의 잔류 항생제 검사 시약 국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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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테크노파크에 입주한 나비바이오텍의 고정문 대표(왼쪽)가 연구원과 함께 시약을 이용한 항생제 잔류 검사 실험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항생제 잔류검사 키트를 포장하고 있는 모습.

충남테크노파크에 입주하고 있는 작은 벤처기업이 안전한 먹거리 확보에 청신호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생명공학 전분야와 환경 분야에 관련된 제품을 연구 개발하고 있는 ㈜나비바이오텍(대표 고정문)이 도축 육류와 어류 등에 존재하는 다양한 항생제 잔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간이 항생제 잔류 검사 키트(Quard media)를 개발해 올 초부터 본격적인 시판에 돌입했다.

 항생제 잔류 검사 시약의 경우 그 동안 100% 수입에 의존했지만 나비바이오텍이 순수 국내 기술로 제품을 개발함에 따라 앞으로 저렴한 가격에 보다 정확한 검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입산 검사 시약의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어 닭과 오리 등 가금류의 경우 한 농장당 1~2마리의 표본만 축출해 검사하던 것과는 달리 앞으로는 더 많은 표본을 동시에 검사해 항생제 잔류 여부를 할 수 있게 됐다.

1년6개월 동안 시약 개발을 위해 연구해 온 고정문 대표는 포자(호열성 미생물·Geobacillus stearothermophilus)가 함유된 배지를 이용한 확인법으로 쉽고 빠르게, 또한 정확하게 항생제 잔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육류 및 동물성 단백질 섭취의 증가 수요는 축산 산업의 거대화 및 어류 양식을 증가시켜 이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 및 위생을 위한 항생제의 사용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사료 내 항생제의 사용이 엄격히 규제되고 있지만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항생제가 사용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항생제가 축적이 될 수 있고 체내에 쌓인 항생제는 육류식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돌아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순환되는 잔류 항생제의 섭취는 소비자의 장내 미생물을 죽이거나 체내의 다른 질병균들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만들 수 있고 또 심한 경우 알러지(allergy) 반응을 유발하는 등 소비자의 건강에 큰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 많은 소비자들이 잔류 항생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매년 잔류 항생제에 대한 허용기준을 수치화해 공고하고 있습니다.”

단국대학교에 생물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해 누구보다 항생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는 고 대표는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고 생산자의 책임 및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거듭해왔다.

고 대표는 또 항생제 잔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약이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잔류 항생제 기준도 한국과 유럽이 차이가 있어 하루 빨리 국내 기술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한 결과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수입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예산 문제 등 연구개발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07년에도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산·산 협력 BI공동기술개발사업’에 선정돼 2년간 공동 연구를 벌여 액상형태의 ‘돼지 인공수정용 정액 희석보존제’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안전을 생각하고 국내 농축수산 농가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제품은 국외 유사 제품과의 비교에서도 월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향후 축·수산 관련 제품 개발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민감도 부분에서는 정확도가 높고 편이성 부분에서도 30여 분간의 전처리 시간이 요구되는 국외 유사 제품과는 달리 별도의 전처리 과정 없이 바로 실험이 가능해 실험 시간도 단축됐다

또 개별 포장으로 실험자와 보관자의 편이성이 증가했으며 기존 소량의 샘플 실험시 제품을 개별적으로 잘라내거나 나눠 사용하는 번거로움을 극복해 각각의 개별 포장으로 소량의 샘플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타 제품들에 비해 70~80% 가량 저렴해 대량 사용에도 큰 부담이 없을 것을 것으로 보인다.

 고 대표는 “그동안 비싼 가격 때문에 전국 각지의 축산 농가 등에서는 자체 품질 검사를 위해 대량으로 사용하기가 부담스러웠다”며 “하지만 이제는 낮은 가격의 제품으로 자체 품질 검사의 횟수를 늘릴 수 있어 생산자의 신뢰성을 더욱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이어 “기존 육류에서의 항생제 잔류 여부를 확인하는 간이 키트 제품들은 모두 수입제품이었지만 이번 제품 개발을 통해 수요자의 인식제고에 따라 수입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또한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충청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을 통해 창출된 제품 중 하나인 만큼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앞으로 매출 증가 및 인력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비바이오텍에서 개발한 이번 제품은 지난해 12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GH마크(우수보건제품)인증을 받아 품질을 인정받았으며 외국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수입대체 효과를 유발시키고 있다.

글·사진=최진섭 기자

◆간이 항생제 잔류 검사 키트(Quard media) 원리 및 사용방법=항생제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높은 포자(호열성 미생물·Geobacillus stearothermophilus)를 수용체로 하는 배지는 64~65℃에서 배양시 포자가 발아될 때 포도당 및 아미노산을 대사물질로 이용해 배지의 산성화를 유도시키게 되고 이를 통해 배지에 첨가된 지시약의 색 변화로 미생물의 대사를 확인함으로써 잔류 항생제의 존재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배출되는 물질은 산성으로 pH가 점점 낮아지게 되므로 배지 내에 들어있는 지시약에 의해 배지의 색깔은 보라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게 된다. 육즙 내 항생제 잔류량이 검출한계보다 높으면 포자(G. stearothermophilus)는 성장을 하지 못하게 되며 대사물질을 배출 할 수 없어 배지는 본래의 색을 유지한다. 반면 검출한계보다 낮거나 없을 경우 성장이 억제 되지 않아 배지의 색은 노란색으로 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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