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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목숨 건' 학구파 아나운서 최승돈씨

중앙일보

입력

'축구에 목숨 걸다'.좀 억센 표현이지만 KBS 최승돈(33.사진) 아나운서를 떠올리면 머리를 스치는 한 문장이다.

현재 KBS1 TV에서 축구 관련 소식을 전하는 '비바 월드컵'(목요일 밤 12시) 과 각국의 문화와 관습을 살펴보는 '월드컵 풍물기행'(일요일 오전 10시) 을 진행 중인 그가 지난달 말 '최승돈의 축구세상'이란 부제를 단 『월드컵도 하는데 축구장 하나 살까』(평단문화사) 를 펴냈다.

1995년 KBS2 '스포츠 중계석'에서 알록달록한 옷차림으로 나와 앞에 놓인 노트북 컴퓨터의 키보드를 검지로 '톡톡' 두드려 눈길을 끌기 시작한 최 아나운서.

그는 이후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방콕 아시안 게임 생방송 등 굵직굵직한 프로그램을 도맡으며 스타 아나운서로 자리매김해 갔다.

그러던 어느날 돌연 그는 영국행을 택했다. 회사에서 보내주는 연수가 아닌 휴직 연수였다.

99년 9월, 영국 카디프대 언론학 석사 과정을 신청한 것.

"축구를 더 배우고 싶은 맘뿐이었어요. 내 속에 뭔가를 채우고 싶었고요. 그땐 무모했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제 용기가 가상한 걸요."

거기서 1년간 머무른 그는 '축구 중계에 나타난 국가 정체성의 문제'란 논문을 발표했고 네덜란드.벨기에 등을 돌며 유로2000 경기를 관전했다.

선진 축구의 진수와 그 문화를 마음껏 흡입하며 식견을 한단계 높였다. 이번에 펴낸 『월드컵도 하는데… 』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축구 일기. 자신의 감성을 많이 담은 축구 칼럼에서부터 종주국 축구 관람기, 유로2000 분석 등으로 채워져 있다.

"제가 거기서 느낀 거지만 우리 축구 붐에는 거품이 많은 것 같아요. 매일 선수들에게 좋은 성적을 내라고만 채찍질하지요. 하지만 진정한 축구 사랑은 그런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축구를 즐기고 애정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그는 또 월드컵 유치가 한편으로 보면 과한 면도 있다며 꼭 16강만 고집할 게 아니라 축구문화가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일선에서 축구 소식을 전하는 그지만 미처 방송에서 말하지 못한 것이 많은 듯 싶었다.

"스포츠 중계는 깨끗하고 건강해 매력적"이라는 그를 시청자들은 오늘(1일) 부산에서 열리는 2002월드컵 조 추첨 특별 생방송에서 만날 수 있다.

물론 월드컵 관련 중계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어서 그의 웃는 얼굴을 대하는 일은 더욱 잦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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