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신동엽과 이별 후 심경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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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소라가 다시 돌아왔다. 인터넷상에서 다이어트 동영상을 제공하는 새 사업을 시작했다는 그녀는 신동엽과의 사랑과 이별을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아픔 뒤 더욱 성숙해진 이소라의 가슴속 이야기.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지난 봄 MBC ‘이소라의 사랑할까요’를 끝으로 브라운관을 떠났던 이소라(33).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날 무렵, 연인 신동엽과의 결별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왔던 그녀였다. 어두운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의 얼굴은 의외로 밝고 당당해 보였다.

이별한 여자에 대한 편견이었을까.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러플 블라우스에 시스루 소재의 스커트로 한껏 로맨틱한 분위기를 낸 그녀는 변함 없이 당당하고 과감한 ‘슈퍼모델 이소라’였다.

다시 만난 그녀의 이름 앞에는 ‘퍼트 컴퍼니’ 대표라는 직함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이미 다이어트 비디오 두 편을 히트시킨 그녀는 최근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다음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손잡고 앞으로 온라인 다이어트 동영상 콘텐츠와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주부들이나 직장 여성들 모두 따로 시간을 내 운동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컴퓨터 앞에서 저를 따라 10분만 운동을 하면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50여 종류의 부위별 운동도 소개할 예정이구요.”

사실 이소라에게 사업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그녀는 인터넷 사이트 ‘수퍼소라닷컴’을 열었다가 실패의 쓴잔을 마신 적이 있다. 사이트 가입 회원 수가 3만 명을 넘었지만 인터넷 전반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으로 눈물을 머금고 도중하차를 해야만 했었다.여성 관련 인터넷 사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던 그녀에게 사업 파트너로 함께 일하자는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제안은 기쁜 소식이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알찬 콘텐츠가 인터넷 사업의 성패를 가름한다는 것을 지난해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그녀이기에 이번에는 자신이 있다. 그녀 스스로가 이미 최고의 콘텐츠이니, 사업가로서의 당찬 계획과 꿈은 이미 절반은 성공을 보장받은 셈.

새 일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에 넘쳐 있는 이소라에게 아픈 이별의 시간을 되짚어보라고 하기가 쉽지 않았다. 5년여 동안 사귀어온 신동엽과의 이별. 늘 당당한 모습의 그녀에게 그 아픔의 무게는 어느 정도였을까.

“오랫동안 함께 했던 사람이라 정말 가족이나 다름없었는데…. 헤어진 다음날 기분이 참 이상하더라구요. 허전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가볍고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었어요. 얼마 동안 넋나간 사람처럼 그렇게 지냈어요.”

지난 7월경, 이소라·신동엽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청담동 이소라의 집을 찾았을 때, 그녀는 기자를 만나주지 않았다. 이별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 상처를 만져본다는 게 그녀로서는 다시 생채기를 내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여전히 당당하고 과감한 슈퍼모델 인터넷 다이어트 동영상 사업 시작
“경비 아저씨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저를 불러 물어보더군요. 기자가 찾아오고 하는데 무슨 일 생긴 것 아니냐고…. 솔직히 그때는 저를 찾아오는 사람이 마치 빚 받으러 온 사람 같았어요. 정말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던 상태였죠.”

이별 직후 그녀가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홀로 집에서만 시간을 보낸다는 소문이 들렸었다. 그녀가 방송활동을 안 하는 것도 신동엽과 헤어진 충격 탓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당시 자신의 방송활동 중단이 두 사람의 이별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었단다.

“동엽씨와 헤어진 직후 정말 많이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포자기한 상태로 있었던 건 아니에요. 쉬는 동안 당시 새 앨범 준비를 하고 있었던 동료 엄정화씨와 운동도 함께 하고, 인터넷 사업 구상도 하며 나름대로 바쁘게 살았죠.”

이미 지난 일이라는 듯 그녀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난 8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옛 연인이 되어버린 신동엽은 두 사람의 이별 이유에 대해 ‘성격 차이였다’라는 짧은 대답을 했었다. 이소라 역시 같은 생각이었을까.

“동엽씨 말대로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저 ‘자연스런 이별’이었죠. 연애 기간이 너무 길면 결국 헤어진다는 어른들 말이 있잖아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서로 미래에 대한 이상이 같아야 결혼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서로의 성격 차이를 깊게 느꼈고, 그래서 결혼하면 행복해질 거란 자신이 없었던 거예요. 두 사람 모두 친구로는 좋지만 결혼 상대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한 거죠.”

한창 열애 중일 때, 이소라와 신동엽은 서로 연인 관계로 부담 없이 만나고 사귀는 것이 너무 좋기 때문에 가능하면 연애 기간을 오래 갖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 기간이 너무 길었던 걸까. 기쁨뿐만 아니라 아픈 상처까지 서로 보다듬으며 지내왔던 두 사람이었기에 이소라의 말을 듣고서도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정말 잊고 싶은 헤어진 다음날의 기분 결혼해서 행복할 자신 없어 이별 선택
“오래 사귀어왔고 힘든 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어떻게 그리 쉽게 헤어질 수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의 사랑과 결혼이 타인들의 기대감에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결혼해서 행복하지 않을 거라면 굳이 할 필요 없는 것 아닌가요. 내 인생은 결국 내 자신이 책임지는 거예요. 남의 눈치보며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별한 여자는 비참해진다는 세상의 통념도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아요. 스스로 결정한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어요.”

이소라는 두 사람 모두 여전히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돼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예전처럼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씩 서로 전화통화를 하며 안부를 묻는다. 얼마 전 TV를 통해 신동엽을 본 이소라는 왜 요즘 그렇게 옷을 촌스럽게 입느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단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서로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두 사람 모두 공인이기 때문에 그저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잖아요. 헤어진 후 누가 먼저 사실을 알려야 하나, 한때 고민하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 동엽씨가 자신이 현재 방송을 하고 있으니, 자신이 이야기하겠다고 하더군요. 대신 짐을 져준 동엽씨가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드네요.”

이소라는 요즘 매일 아침 ‘다음 커뮤니케이션’사무실로 출근한다. 사업을 함께 시작하면서 ‘다음’측이 그녀에게 사무실을 마련해준 것.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직장인 생활이 그녀는 그저 즐겁기만 하다. 출근 첫날 그녀는 청바지에 화장을 하지 않고 갔다. 그녀를 처음 보고 서먹해하던 직원들과도 이제는 제법 친해졌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던 탓에 아침을 몰랐던 모델 이소라의 생활. 느지막이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피부 마사지에 네일 트리트먼트를 받고, 미용실까지 다녀오면 하루가 다 간 듯했었다. 남들은 도대체 그게 뭐냐고 할지 모르지만, 모델이란 직업상 어쩔 수가 없었다.

바쁜 걸음으로 아침 일찍 직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대열 속에서 요즘 그녀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발견한다. 모델 일을 하며 만났던 광고주들의 전투적인 자세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조금씩 인생에 대해 더 현명해지는 느낌이 좋다. 그리고 그런 느낌들을 자꾸 남들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진실이 언니랑 전화통화를 자주 해요. 언니도 아기가 자는 틈틈이 저와 통화하는 것이 즐거운가봐요. 그렇게 같이 수다를 떨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죠. 일본과 미국에 친한 친구가 하나씩 있는데, 매일밤 국제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죠. 한 친구는 유학생이고 또 한 친구는 무역상사 직원인데, 그들과 사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인생에 대해 많이 배우고 또 새로운 생각들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녀는 곧 방송에도 복귀할 예정이다. SBS 주말 오락 프로그램을 맡을 예정. 기회가 닿는다면 여성들에게 미용, 인테리어, 다이어트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다.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큰 성공보다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사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늙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젊지만, 정말 멋있게 늙고 싶어요. 일과 상관없이 말이에요.”

인터뷰 동안 그녀는 ‘행복’과 ‘인생’이란 단어를 유난히 많이 사용했다. 지독한 열병처럼 아팠던 이별이 그녀의 내면을 더욱 충일하게 만든 걸까. 이별 뒤 다시 만난 그녀는 살아 숨쉬는 것이 느껴지는, 그래서 더 아름다운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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