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B형 간염환자가 꼭 기억해야 할 두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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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한 교수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세포를 파괴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간염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B형 간염이라고 한다. B형 간염의 국내 유병률은 약 5%로 아직도 높다. B형 간염은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간경변·간암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한다.

 과거 B형 간염은 완치가 안 되는 병이었다. 지금은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와 간염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 병의 진행을 막는 게 가능하다. 게다가 간경변으로 이미 진행된 경우도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면 증상이 개선된다.

 만성 B형 간염 치료법은 페그인터페론 주사요법과 경구용 항바이러스요법 두 가지가 있다. 페그인터페론은 치료 기간이 약 1년이다. 치료 효과가 있는 환자는 약 50%이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수년간 복용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는 부작용이 경미하다. 반면 치료비의 증가, 치료제가 듣지 않는 내성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 장기 투약에 따른 안전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모두 치료받는 것은 아니다. 나이,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 상태, 간의 염증과 섬유화 정도, 간경변 유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보통 간 염증 반응이 생기는 20~30대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간섬유화가 진행됐거나 이미 간경변이 있으면 환자의 나이와 관계없이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최근 우수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이고 장기간 복용해도 내성 발현율이 적은 B형 간염 치료제가 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치료제도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친다. 대한간학회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처음 복용하는 환자에게 바이러스 억제력이 높고 내성 발현 가능성이 낮은 치료제 사용을 권고한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며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간암·간경변 등 심각한 질환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B형 간염은 소리 없는 질환이다. 현재 증상만으로는 간 상태를 예상하고 치료 시기를 결정하는 게 불가능하다.

 간경변과 간암도 많이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거의 없다.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가 대부분이다.

 B형 간염 환자가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기억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정기검진과 적절한 치료다. B형 간염을 포함한 만성 간질 환자는 6개월에 한 번 복부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를 받아 간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 검진 결과에 따라 간 건강을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치료제 복용 중에도 간암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검사를 챙겨야 한다.

 B형 간염은 환자의 의지에 따라 치료 결과가 좌우되는 병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용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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