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대장금 히트쳐 10억어치 팔린 한국음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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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풀무원은 지난해 5월 중국에서 비빔물냉면을 내놓았다. 한국식 비빔냉면을 뻑뻑하다고 느끼는 중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만든 퓨전 제품이다. 제품 이름도 한국식 명칭인 ‘함흥 비빔냉면’ 대신 ‘한국 궁중 비빔물냉면’으로 바꿨다. 중국에서 드라마 대장금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궁중식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을 감안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여름 한철 장사를 통해 10억원어치 이상 팔려나갔다. 풀무원 관계자는 “한국식만 고집하지 않고 중국인의 입맛에 맞춰 적극적인 제품 개발을 한 결과”라고 말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중국 베이징과 충칭에 식품 공장을 세우고 중국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KOTRA는 3일 풀무원 등의 사례를 모아 중국 시장 공략법을 소개했다. 중국인이 찾는 제품, 중국에서 팔리는 제품은 따로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산토리 맥주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했다. KOTRA에 따르면 산토리는 1990년대 초반 쓴맛이 강한 독일식 맥주를 중국에서 팔았다. 그러나 매출은 목표치의 20%에 불과한 낙제 수준이었다. 청량감이 높으면서 알콜 도수가 낮은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입맛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토리는 맥주 맛을 중국식으로 바꿨고, 98년 산토리 맥주의 상하이 시장 매출은 65% 급증했다.

 77년 중국에 진출한 일본의 아지센라면은 일본보다 중국에서 더 유명하다. 중국 소비자 기호를 감안해 대구라면·뱀장어라면·오리바비큐라면 등 현지화 메뉴를 개발한 덕이다. 아지센의 중국 점포 수는 600여 개로 일본 내 점포(101개)보다 많다. KFC는 중국에서 버섯닭고기죽과 베이징닭고기버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입맛만이 아니다. KOTRA는 중국인의 생활 습관도 유심히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중국인 가운데는 술을 사 먹기보다 집에서 담가 먹는 사람이 많다. 이 점을 놓치지 않은 회사는 글라스락이다. 이 회사는 담근 술을 보관하고, 필요할 때 조금씩 잔에 따라서 먹을 수 있는 주류 디스펜서를 판매 중이다. 세척 후 재사용해도 그 전에 담갔던 술의 향이 남지 않는다는 기술력을 앞세웠다. 김상철 관장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와 기호에 맞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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