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파동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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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용하게 4월 정기주주총회를 넘긴 시중은행엔 24일 한일·제일 두 은행의 임원개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계기로 때아닌 인사파동이 밀어닥쳤다. 하루전만해도 금융가에선 모두들 무난히 유임 되리라던 한일은행의 김진흥 행장과 이규설 전무가 별안간 밀려남으로써 예기치 않았던 금융가의 인사파동을 유발시켰다.
금융계는 이 전격적인 인사개편이 어떤 곡절에서 연유된 것인지, 또 이번 한일은행의 「보스」급 개체가 금융계에 어떠한 연쇄반응을 빚어낼 것인지 관심을 쏟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인사파동이 있기 전엔 으례 예보가 울리기 마련이었으나 상은에서 한일로 전임된 전신용 행장도 그의 거취를 당일 상오 10시 반에야 갑자기 통고 받게 되어 어리둥절했을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되었다는 것과 두 은행 주주총회 일자를 같은 날로 정해 불과 1시간의 차를 두었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사실상 몇몇 경제권력층의 치밀한 사전 각본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총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 행장과 이 전무의 퇴임은 유력자인 김종락(김종필 공화당 의장의 친형) 상무가 이젠 전무자리에 앉을 때가 온 점과, 여기에 한일은행 출신인 전신용 행장을 직결시켰다는 점에서 내년 선거의 포석이라는 등 여러가지 풍문을 돌리고 있으나 본인에게는 좌천임이 틀림없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리고 행내 공기는 김 행장과 이 전무의 불과, 김 행장이 B「미팅」에서 가끔 비판적 태도로 감독기관의 비위를 건드린 점, 한일은행이 그의 입신본향이기도 한 전 행장은 김종략 상무와는 과거부터 「콤비」였다는 점에서 「한일」 인사교체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파동이 제일은행을 제외한 다른 3개시은 중역개편에까지 번질 것이라는 예보로 보아 단순한 인간적인 관계라든지 고위층의 비위에 거슬렸다는 데에만 둘 수는 없는 것이며 보다 고차원에 목적이 있는 것 같다.
한일은행의 개편과 때를 같이하여 상업은행행장 후임에는 전재무부장관 박동규씨, 현서울은행장 임석춘씨, 현상은전무 박대진씨, 현조흥은행 전무 하진수씨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만약 임석춘 서울은행장이 상은으로 전임될 경우 서울은행장에 한일은행에서 퇴임한 이규설씨, 하진수 조은전무, 박대진 상은전무 등의 전출설이 잇따르고 있다. 그리고 한편 박동규씨의 상은행장설은 전직으로 보아 그리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라는 점, 임 서울은행장이 맹세코 상은행장 전출설을 부인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감독기관 C모씨와 직결되어 있었다는 하 전무로 그 하마평의 범위가 좁혀지고 있기도 하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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