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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원 친구 장이 권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계속하여 털어 논 임의 자백요지는 이러하다. 14일 상오 9시에 남산 중턱에서 7년 전부터 형제같이 지내오던 친구 김백두·양광식과 함께 잡담을 하고 있었다. 낮 12시40분쯤 되었을 때 어린아이를 시켜 종로서 우 형사의 정보원이며 친구인 장재원이 나를 만나자고 전달해왔다.
장재원을 만났더니 장은 『박한상 의원 「테러」사건의 거짓범인으로 자네가 들어가지 않겠는가? 내가 시키는 대로하라』고 거짓범인이 될 것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이때 장은 옆에 있던 김유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김이 2만원을 받고 가기로 되어 있는데 네가 가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라고 강권.
막역한 친구의 권유를 물리칠 수 없고 이미 타락한 입장이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거리자 남산야외 음악당으로 데리고 간 다음 하오 4시쯤 새나라「택시」를 함께 타고 청진동 모 해장국집 앞에서 내렸는데 여기서 종로서 우제인 형사와 박해조 형사를 만났다.
『배가 고프다』고 하니까 장재원이 돈 백원을 주어 해장국을 사 먹은후 우·박 두 형사와 장재원·김유두 그리고 나까지 다섯이 같이 차를 타고 삼청공원으로 갔다. 하오 5시쯤 삼청공원에서 장재원이 박한상 의원 「테러」사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임석화는 내 친구이지만 입이 무겁기 때문에 절대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하니까 우제인 형사와 박해조 형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장의 제의에 동의를 하고 어디론지 가버렸다. 우·박 두 형사가 간 후 장재원이 나를 데리고 폭행현장인 종로구 공평동 서울예식장 옆 골목으로 가서 『여기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다가 싸움이 벌어져 박한상 의원을 스치게 되었다』고 말하라고 일러주었다.
그후 종로3가 모 다방에서 장재원과 김유두 나 세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장은 『범인이 검은 바지에 검은 구두, 흰「와이셔츠」를 입었기 때문에 너도 그렇게 차리고 오라』고 말했다.
김유두가 구두 값으로 돈(액수미상)을 주었기 때문에 청계천 5가에서 검정구두를 사 신고 먼저 있었던 다방으로 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5분쯤 기다렸더니 김유두와 장재원이 나타났다.
이때 장이 돈 5백원을 주면서 「택시」를 타고 뚝섬유원지로 가서 왔다갔다 거리는 체하라고 말했다.
장의 말대로 뚝섬유원지에 가보니 마음이 괴로워져 삼학소주 1병(2홉짜리)과 「콜라」1병을 사서 섞어 마셨지만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소주 1병을 더 사서 마시고 토하기까지 했다. 이때 검정색 「세단」차 1대가 도착하더니 김유두가 내려 내 팔을 잡고는 『뿌리치는 체 해라』고 속삭였다.
김의 말대로 몸을 빼니까 차에서 형사들이 내려오면서 수갑을 채우고는 시경으로 데리고 갔다.

<"야바우 못하게 되자 나에 대한 모함이다" 장의 말>
정보원 장재원은 17일 밤늦게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김·양 두 사람이 자기 때문에 남산공원에서 「야바우」를 할 수 없게 되자 자기를 모함하기 위해 한 짓』이라고 완강하게 자기의 허물을 부인했다.

<박·우 두 형사의 주변>
이 사건을 꾸몄다는 종로서의 박해조(30) 우제인(35) 두 형사는 3년전부터 종로서의 강력반원으로 관내 불량배를 많이 포섭하고 있는 것으로 이름나 있었다. 두 「콤비」는 경제 기획원장관실 도난사건 때도 애매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폭력 경관으로 알려졌었다.
특히 박 형사는 「박식구파」소매치기 파동 때 수회 형사로 명단에 올라 경북도경에 전출되어 있었는데 마침 아들의 생일 휴가로 서울로 왔다가 박의원「테러」사건을 수사중인 시경에 초청(?)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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