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화 어마마마 세상에서 제일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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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던 날. 경복궁 뜰에서는 SBS '여인천하'의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세자(당시 원자) 권오민(4) 군과 새 어머니 문정왕후(전인화) 가 처음 상봉하는 장면이었다.

"어마마마, 소자 문안 여쭈옵니다아~"라고 말한 뒤 큰절을 하면 그날 오민이의 역할은 끝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오민이는 피로에 지쳐 절을 한 채로 그냥 곯아떨어졌다.'짓궂은' 제작진이 이 화면을 각색 없이 내보냈고,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귀여운 세자의 존재를 각인시켜 줄 수 있었다.

이 방송이 나간 뒤 그의 천진난만한 연기에 반한 네티즌들이 동호회를 결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오민이는 '여인천하'의 동호인들이 뽑은 남자배우 부문 인기 1위에 올라 있다.

드라마에서 그는 몇 달째 어린 세자로 남아 있다. 여기엔 김재형PD의 배려가 숨어 있다.

60년의 나이 차를 넘어 서로를 '형님''아우'라고 부르는 두 사람은 촬영장에서 늘 붙어 지낸다. 김감독의 무릎은 언제나 오민이의 안락 의자로 개방돼 있다. 이런 김감독의 '특별한 사랑' 때문에 소년 세자는 아직도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를 선택한 것도 김감독이었다. 오디션을 보고 나온 오민이가 "과자만 먹고 나왔어요"라고 말했을 때, 같이 온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떨어진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저는 안동 권씨 35대손 권오민입니다"라고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대는 오민이를 눈여겨 본 김감독은 나이 어린 그가 글까지 줄줄 읽자 망설임 없이 그를 선택했다.

오민이는 요즈음 유행어까지 만들어냈다.'물러서거라'가 그것. 코끝이 빨개진 채 나인들을 향해 호통치는 그의 근엄한 모습은 헐렁한 세자 옷과 대비돼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코가 빨개지는 건 그가 감정 몰입을 할 때 코에 집중하는 버릇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깜찍한 모습 때문에 오민이는 '여인천하' 출연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극 중 양어머니 전인화의 내리 사랑이 각별하다. 오민이도 "어마마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라고 서슴없이 말해 실제 그의 엄마가 섭섭해 할 정도다.

팬들을 몰고 다니는 48개월짜리 세자. 그는 최근 개봉한 영화 '달마야 놀자'에 동자승으로 출연했다. 이를 위해 드라마 촬영장인 서울과 영화 촬영장인 김해를 수없이 오가야만 했는데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고 한다.

또 낮에 촬영을 하면서 얼마나 집중을 하는지 잠꼬대로 대사를 웅얼거리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주위에서 대꾸해 주면 받아쳐서 연기를 한다고 하니, 아직 어리지만 타고난 연기자가 아닐까.

그래서 "오민이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묻자 "큰 연기자요"라는 대답이 바로 튀어나오는지도 모른다. 연기가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엔 "저 연기 하나도 안 어려워요. 너무 재밌어요"라고 답한다.

그러나 이렇게 어른스럽게 말하다가도 팥빙수가 먹고 싶다며 엄마를 조르는 오민이. 신문사 앞 마당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즐거워 하는 게 영락없는 어린애다.

"삼촌(그에겐 모두 삼촌 아니면 이모다) , 사진 좀 더 찍어주세요오, 네."

이런 그의 모습에서 앙증맞은 '세자'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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