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장수 부부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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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연히 길에서 몇 달 전 걸혼한 성희 언니를 만났다. 나를 보고 반색을 하는 연니의얼굴은 수척해 있었다.
우리는 길 옆 조그만 빵집에 마주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나누었다.
언니는 불쑥 『너, 결혼하려거든 뭐니뭐니해도 첫째 마음맞는 사람과 해라. 』나는 이유를 묻진 않았다.
○…그렇게 야무지고 명랑하고 무엇이나 배우려하던 옛날의 모습은 사라져가고 허탈한 표정의 성희언니.
부유한 집 차남에게 가는 그를 모두들 부러워하고 축복해주었으며 누구보다도 행복할 줄 알았는데…. 헤어져 멀어지는 언니의 뒷 모습에는 쓸쓸한 그림자가 지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자꾸 마음이 쓰였다.
○…저녁 때 『연탄 가져왔읍니다』하는 소리에 문을 열고 놀랐다. 눈만 반짝이는 부부가거기 있었다. 부지런히 웃옴 띤 얼굴로 연탄을 나르는 그 부인의 얼굴을 나는 멍하니 지켜보았다.
일이 끝났을 때 부인은 담뱃불을 붙여 남편에게 건넸다.
나는 무엇인가 얘기하고 싶었다. 『힘드시죠?』 남펀에게 물었다. 『아뇨, 저 사람이 뒤에서 미니까요』하며 부인을 보고 웃었다. 「리어카」를 끌고 나란히 걸어가는 그들. 자꾸 까만 웃음 띤 얼굴과 성희언니의 쓸쓸한 얼굴이 겹쳐 왔다. 행복이란 어떤것일까?<이순덕· 인전시주안동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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