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시간 이젠 지루하지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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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대학로 한 패스트푸드점 앞.젊은이의 약속 장소로 늘 붐비는 곳이지만, 기다리는 풍경은 몇년 전과 사뭇 달라졌다. 이제 신문이나 책을 보며 기다리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신문은 휴대폰으로, 책은 개인정보 단말기(PDA)로 바뀌어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최근 가장 빠른 속도로 생활 속을 파고든 것은 휴대폰용 게임. 지하철이나 버스 등으로 이동할 때나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젊은이들은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게임을 즐긴다.

휴대폰 게임은 무선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 실시간으로 게임을 하는 스트리밍 방식과 자신의 휴대폰에 게임을 내려받아 게임을 하는 VM방식이 있다. 스트리밍 방식은 전화로 접속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나 속도 등에서 부담을 가질 수 있어 최근에는 휴대폰에 저장하는 게임(VM)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내용면에서도 테트리스나 오목 등 단순한 보드형 게임에서 롤플레잉 게임이나 전략 시뮬레이션게임, 네트워크 액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장르가 다양해지고 있다.

스트리밍 방식 중에 오랜 인기를 누려온 게임은 '모바일 삼국지'.우리에게 친숙한 소설인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나라 말의 상황을 휴대폰 속에 담았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이용자가 주어진 상황을 규모있게 운영하여 강국으로 키워가는 것이 목표다.

이 게임은 다양한 이벤트와 병영.인사.재정 등의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전략을 구상하여 지속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연애시뮬레이션게임도 10대에게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온 인기 장르다.

'연인''알라뷰''밀크초코렛' 등의 게임은 게임 속의 캐릭터를 정하고 학업.아르바이트.데이트를 통해 캐릭터의 마음을 얻는 게임이다.

휴대폰에 게임을 내려 받아 즐기는 VM게임 중에서는 스포츠 게임이 최고의 접속률을 자랑한다. 스포츠게임의 효시인 '포켓 프로야구'는 8만이 넘는 유료회원을 갖고 있다. 원하는 팀을 골라 실제 야구처럼 공격과 수비를 통해 경기를 펼치면 되고, 게임 기록을 저장할 수 있어 팀을 우승까지 이끌 수도 있다.

또한 실제 골프 경기처럼 18홀에, 아이언.우드 등의 클럽을 지원하여 휴대폰에서 골프를 즐기는 '폰골프'도 20~30대들이 애용하는 게임이다. 그 밖에도 테니스.낚시.축구.복싱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게임이 서비스 중이다.

최근에는 '추억의 오락실'이라는 이름으로 복고풍의 게임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갤러그''퍼즐버블''틀린 그림 찾기' 등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들이 3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이들 게임은 무선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사용자층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원낙연 기자 yan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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