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특정업무경비로 콩나물을 사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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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특정업무경비가 도마에 올랐다. 증인으로 나온 헌재 경리담당 사무관은 “영수증도 받지 않았고, 증빙서류도 폐기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특수업무경비 3억2000만원을 개인계좌에 넣어 마치 쌈짓돈처럼 써온 셈이다. “돈은 섞이는 것이고,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는 그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그 계좌에서 단기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와 연금저축·종신보험 등에 뭉칫돈이 빠져나갔다는 야당의 폭로에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국민 세금을 마치 ‘눈먼 돈’처럼 이자놀이나 하는 것으로 비친다.

 특정업무경비는 검찰·경찰 등이 주로 쓴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찰청이 443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세청-검찰-법원-국회 순이다. 물론 비밀리에 수사나 감사를 하다 보면 영수증 없이 실(實)경비를 충당할 필요가 있는 현실은 이해한다. 또 이 후보자로 인해 꼭 필요한 다른 특정업무경비까지 도매금으로 비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업무경비는 2년 전 당시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로 검사장들에게 현금을 돌리다 문제가 되는 바람에 새로 고친 제도가 아닌가. 그럼에도 주로 부서운영에 써야 하고, 현금으로 한 번에 30만원까지만 쓰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무시한 채 제멋대로 사용하고 관리도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청문회를 지켜보던 다른 부처들도 부랴부랴 영수증을 꿰맞추느라 야단이 난 모양이다. 불투명한 특정업무경비가 헌재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汎)부처 차원의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비뚤어진 특정업무경비 제도를 투명하게 제대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현금 대신 카드를 쓰도록 확실하게 원칙을 세우고, 반드시 증빙서류를 갖추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혼자 독식하거나 잘못 사용된 경비에 대해서는 제재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그런 돈을 콩나물 사는 데 쓰면 안 되지…”라고 혀를 찼다. 맞는 말이다. 그 약속이 허언(虛言)으로 끝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