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의대·교과부·복지부 "네탓이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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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아터진 부실대학의 교육시스템과 이에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정부 부처의 행태가 첩첩산중이다. 서남의대의 얘기다. 부실교육의 피해자인 재학생과 졸업생이 외려 사건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서남대학교에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충격적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위 이수 시간을 채우지 못한 학생들에게 학점을 주고, 교수 자격이 없는 의사에게 학생들의 임상과 실습교육을 맡겨왔던 것. 게다가 학생들이 수련을 받던 부속병원은 환자들이 없어 부속병원으로서 기능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이에 교과부 감사팀은 학교 측에 ‘학생들에게 부여한 학점을 취소하고, 이수시간이 부족한데도 학점을 받아 졸업한 134명의 의학사 학위를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감사결과에 따른 원칙적인 조치라는 게 감사팀의 설명이다. 이들 134명은 이미 졸업 후 의사국시를 치르고 의사 면허를 취득 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졸업장이 취소되면 원칙적으로 의사면허까지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학생과 졸업생으로서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한 피해자인데 외려 모든 책임을 짊어지는 형국이다.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부랴부랴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교과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나섰다. 그렇지만 여전히 해결방향을 정하는 주무부처는 복지부가 아닌 교과부라고 책임을 미룬다. 교과부는 교과부대로 의사면허 취소 여부를 논의하는 건 복지부의 소관이라며 공을 넘겼다. 사회적 이슈가 된 골치아픈 사안을 떠맡기 싫어 공방만 이어진다.

그동안 서남의대는 부실한 교육과정과 부속병원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명확한 조치는 없었다. 그간 방관해오던 교과부는 특별감사를 통해 갑자기 ‘학생들의 졸업 학위를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복지부는 ‘교과부와 서남의대가 사안을 어떻게 조치하는지에 따라 의사면허 취소여부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진다’며 논란에서 멀찌감치 발을 빼는데 급급했다. 두 부처가 감사결과에 따른 처분 중 재학생과 졸업생의 학위와 관련해 어떤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료계와 국회의원들이 ‘재학생과 졸업생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며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복지부와 교과부도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나서면서 졸업생들이 의사면허를 취소당하는 사태까지 이어지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은 불안하다. 각종 시나리오에 따른 대비상황까지 그려보며 노심초사 속을 끓이고 있다. 적극적으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대학과 정부부처의 움직임은 더딘데 애꿎은 피해자들만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분주하다. 의사면허가 지켜지더라도 이들이 받은 심리적 압박과 정신적 피해는 호소할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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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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