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사랑하는 일본 [2]

중앙일보

입력

일본 사람들이 가진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한 차원 높은 감정적 영역으로 확대됐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본은 오랫동안 로봇 연구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지켜왔고 일본 자동차 제조업자들은 자동화 라인을 개척한 사람들이다. 몇년전, 소니, 마쓰시타전기산업 (완다쿤 제조사)을 포함한 전기 기술 분야 대기업들은 인공지능 기계가 일반 대중이 이용할 정도로 정교해져 애완동물만큼 귀여운 로봇이 생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니는 1999년 한정된 수의 로봇 강아지 AIBO(인공지능 로봇)를 소개해 11만대를 판매했다. 다른 회사들은 A.I. 고양이, 해파리, 다른 인공 애완동물를 개발했다. 이 애완 로봇의 가격은 몇백 달러에서 몇천 달러로 다양하다.

일본 의료 전문가들은 인공 애완동물이 의료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 장기 투병 환자들이 애완동물과 접촉하면 병세가 호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고양이를 쓰다듬으면 혈압이 떨어진다고 나타났다.

도쿄 인근지역인 야마토 시립 병원에 아키미츠 요코야마 박사는 지난 몇년 동안 소아과 병동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도록 제안해 왔다. 그러나 병원측은 동물들이 전염병을 옮길 수 있고 일부 환자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염려로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코야마는 인공 애완동물을 사용하면 병원측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환자들에게 도움이 줄 수 있다고 병원측을 설득했다. 결국 병원도 그의 제안에 동의했다. 지난 1월부터, 매주 네대의 AIBO와 소아과 환자들이 함께 노는 시간을 요코야마는 만들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고 그는 말했다. 멍멍 짖고 낑낑거리고 꼬리를 흔드는 로봇을 풀어 놓을 때마다 소아과 병동은 생기에 넘쳤다.

"아이들은 로봇을 부둥켜안았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었고 몇 시간 동안 웃고 떠들며 놀았다." 소아과 환자인 마리 다니엘라는 특별히 아끼는 AIBO를 가지고 있다. "내 강아지는 날 즐겁게 해줄 온갖 묘기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금방 간단한 말에 따라 움직이는 인공 애완동물에 애정을 쏟았다. 요코야마는 이 사실에 상당히 놀랐고 AIBO가 길들여진 애완동물과 유사하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키가 1.2미터 정도로 인간 모양을 한 로봇을 소아과 병동에 데려왔지만 아이들은 이 로봇 가까이에 가지 않았다. (로봇은 살인 광선으로 뒤덮였고 이를 쉽게 사용할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크고 이상하게 생긴 로봇을 두려워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AIBO는 만화 속의 강아지와 비슷했다.

요코야마는 아이들이 헬로 키티같은 인공 애완동물과는 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애완동물과 형성하는 특별한 애정 관계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옆에 애완동물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환자는 평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인간과 로봇 사이에선 이러한 현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그는 밝혔다. 그러나 앞서 행해진 연구에 따르면 요코야마의 연구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실례로, 성인들까지도 오리처럼 걸으며, 꽥꽥 우는 로봇을 살아있는 오리처럼 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바라키현의 츠쿠바 대학도 두 달에 걸쳐 비슷한 실험을 실시했다.

지난 7월에 마친 이 연구에 따르면, '패로'라는 인공 바다표범과 접촉한 노인들의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어들었음이 발견됐다. 노인들은 바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보살필 의무를 지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츠쿠바 대학의 로봇 치료 연구기관 책임자인 타카노리 시바타는 "노인들에게 매일 1시간 정도 즐길 수 있는 무엇인가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라고 말했다.

과학자들과 의료 전문가들은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로봇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것(특히, 장기 투병 환자 요양소에서)이라고 예측한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현재 일본 인구 1억2천7백만명 중 17%가 노령 인구인데 비해 오는 2020년에는 4명당 1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점차 줄어드는 간호사 수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로봇이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시 말해 로봇이 노인들을 감독하고 돌봐줄 것으로 전망된다.

마쓰시타 전자는 오사카에 병실 107개짜리 요양소를 건설하고 있다. 오는 12월에 문을 열 예정인 이 요양소에는 로봇 곰이 간호사들을 위한 도우미로 사용될 계획이다. 마쓰시타社 간호관리 부서의 쿠니치 오자와 이사는 센서가 장치된 로봇 곰은 환자들과 상호 작용을 하며, 동시에 환자들을 감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개별 로봇곰은 중앙 간호실과 연결되어 환자가 로봇 곰의 인사에 대답하지 않으면 요양소 관계자들에게 경고메시지를 전달한다.

오자와는 "일본에서 로봇을 이용한 노인 간호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기계의 도움으로 노동비용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간호사를 고용해 환자를 24시간 돌봐주려면 상당히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투마(마쓰시타社가 개발한 로봇 얼룩고양이)같은 인공 애완동물을 활용하면 간호사들은 환자 모두를 지속적으로 살펴 볼 수 있다."

공상과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인공 동물이 인간의 움직임을 감시한다는 사실이 그리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회의적인 사람들은 아무리 정교한 로봇이라 해도 결코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이타마 대학 노인복지과 노부카 사와다 교수는 "노인을 돌볼 최선의 방법은 사람의 손길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는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역시, 일본에서 로봇은 생활의 일부가 될 듯하다. 야마토 시립 병원의 요코야마 박사는 "일본은 경제발전과 기술발전을 중시하는 전후사회에서 발전을 이뤘다. 따라서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발생한 전통 가족 관계의 붕괴 현상을 기술로 보완하는 시도는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최소한 일본에선 사람보다 로봇이 더 좋은 친구가 된다고 알려질지도 모른다. "일본 문화에선 서로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게 금기시 된다. 따라서 무정한 과학 기술의 창조물, 로봇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사실상 더 쉬울 수 있다"라고 요코야마는 말했다.

이봐, 의사선생! 로봇을 모욕하지 마시오. 당신이 로봇 맘 상하게 하잖소?

SUVENDRINI KAKUCHI (ASIAWEEK)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