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초범자도 전자발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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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성폭력 범죄로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이모씨는 2011년 3월 “밤에 화물트럭을 몰아 돈을 벌어야 한다”며 보호관찰관에게 야간 외출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질병 치료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만 외출제한 감독정지 신청이 가능했지만 춘천보호관찰소 원주지소는 ‘재사회화를 도와야 한다’며 이씨의 요구를 들어줬다. 이후 7개월 동안이나 이씨는 마음대로 외출했지만 감시는 소홀했다. 원주지역 유흥가에 빈번하게 드나들던 그는 그해 10월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사람을 감금하고 금품을 훔치는 범죄를 저질렀다가 다시 수감됐다.

감사원이 지난해 9~10월 ‘전자발찌 착용자 등 보호관찰 대상자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자발찌 관리·감독과 운영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22일 밝혔다. 또 전자발찌 범죄자들을 실시간 감시하라는 명목으로 7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마련한 PDA 100대를 보호관찰소에서는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10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2년8개월 동안 PDA 접속 기록을 조사했더니 9대는 ‘0건’이었고 나머지 91대도 월 평균 접속 건수가 1.59번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 업무를 제대로 못한 법무부와 경찰청에 ‘주의’ 요구를 했다. 그러면서 “미성년자 유괴범죄, 살인범죄와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성폭력 초범자에게도 전자발찌를 채우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법무부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감사원이 지적한 것과 같은 소홀한 부분이 있었던 점은 업무에 반영해 적극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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