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말레이지아」외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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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년동안이나 지속됐던 격렬한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게될 인니·「말레이지아」외상회담은 근래에 드문 극적 회담이 될듯하다.
유례없이 부드러운 분위기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 이 화평회담은 오늘부터 특별한 논제없이 분쟁종결에 도움이 될 모든 문제를 토의한다. 회담에 앞선 기자회견에서「라자크」「말레이지아」부수사이 밝은 희망을 표시했던 것이나「말리크」인니외상이『인니는 회담이 끝난후 즉시「말레이지아」와의 외교관계를 수립할 것이다』라고 각각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도 회담의 성공가능성을 매우 크다.
물론 그렇다고 인니와「말레이지아」간의 년래의 분쟁이 일거에 해결될 것은 아닐 것이다. 가령「보르네오」의「사바」·「사라와크」의 주민들의 정말로「말레이지아」와의 연방을 희망하고 있느냐에 대해 줄곧 회의를 품으면서 어떤 자주적인 보장을 요구해왔던 인니측 태도나 또 다른 주요쟁점의 하나인 영국군사기지 철수문제 같은 것이 쉽게 풀어질 성질은 아니다.
그러나 양측이 한결같이 기왕에 없는 성의와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이 회담에 임했다는 사실자체가 벌써 큰 수확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쨌든 몇해를 두고 남태평양에서 일었던 거친 대결이 그 종결의 전망을 안게 되었다는 것은「아시아」의 안정에 커다란 실현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인니가「말레이지아」분쇄본부를 설치하여 국가예산의 상당한 부분을 투입하기까지 했던 것을 상기한다면 그것은 더우기나 놀라운 국면전환이라 할 수 있다. 만약에「말레이지아」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남태평양의 노도가 가라앉게 된다면 따라서 인니가「유엔」에 복귀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순서로 보아서는 이번의 외무회담이 끝난후 양국은 곧 화해를 위한 정상회담을 갖게 될 것이며 그 어간에 인니는「싱가포르」와「말레이지아」를 승인하게 돌 것 같다..
아뭏든 남태평양의 평화에 늘 암운을 던져왔던 인니·「말레이지아」대결관계가 종결될 뚜렷한 희망을 안게되었다는 것은 획기적인 사실이다. 게다가「말리크」인니 외상이 이번 외상회담에서 일본으로부터 인도에 이르기까지의「아시아」제국을 포함하는 새로운 동남아세아 동맹기구설치를 제안하여 중공의 침략위협에 대처하자고 호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니 사태전환의 의미는 매우 크다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이 문제는 오는 6월 14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태평양 및「아시아」지역 각료회의에도 어떤 시사를 던질 가능성이 짙은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인니의 대중공 편향이 수정되고 우경화가 촉진되면서 비로소 처음으로 그 태도가 대외적으로 표시된 이번 회담은 여러모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인니로 보아서는 물론 국내적인 조정에 있어서 아직도 극복돼야할 몇가지 과제들을 갖고 있다 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이번 회담이후의 사태진전에 그것이 크게 억제작용을 하게 돌 것 같진 않다.
모처럼의 이 평화회담이 좋은 결론을 얻어「아시아」의 안정에 크게 공헌해 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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